최근 수년간 KBO 리그 공인구 반발력에 대해 많은 투수가 의문을 표해 왔다. 지나친 '타고투저' 현상이 원인이었다. KBO 측은 여러 차례 공인구 반발력을 테스트했지만, 공인된 오차 범위 내로 이상이 없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공인구를 바꾼 올 시즌 홈런 수치가 눈에 띄게 확 줄었다. 지난해 홈런은 32.4타석에서 하나꼴로 나왔다. 하지만 올해는 49.9타석에 하나로 무려 전년 대비 5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재밌는 것은 메이저리그다. 수년째 투수들이 공인구 반발력이 수상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USA 투데이는 선수·스카우트·심판 등 다양한 야구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공인구에 대한 의문을 제시했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속칭 ‘스테로이드 시대’에 사용한 약물보다 지금의 공이 더 수상하다는 답변이 적지 않았다.
2년 전부터 공인구가 이상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데이비드 프라이스(보스턴)는 너무 명확하니 빨리 실토하라는 강한 의견을 개진했다. 이에 대해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공인구 제작 방식은 변하지 않았다며 강하게 부정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다른 연구에선 최근 공인구의 공기 저항이 과거에 비해 약하게 측정된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지난주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공인구는 대부분 자연산이고 사람이 만들기 때문에 완전히 같을 순 없다"며 일단 모면하는 자세를 보였다. 당연히 맞는 얘기다. 그래서 공인구 반발력에는 오차 범위를 준다. 하지만 저항은 다른 문제다. 공인구가 공기 저항을 덜 받으면 타구의 비거리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올해 메이저리그 3월과 4월에 나온 홈런은 총 1144개다. 경기당 2.62개다. 이는 전년 대비 무려 12.2%가 늘어난 수치다. 재작년인 2017년 리그 총홈런은 6105개. 올 시즌 페이스는 무려 6500개에 육박한다.
베테랑 투수 J. A. 햅(뉴욕 양키스)은 "타자들의 노력과 파워를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어떤 홈런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홈런이었다"고 고백했다. 심지어 타자 스스로 타격 이후 외야 플라이 아웃이라고 생각해 고개 숙인 타구조차 펜스를 넘어간다는 것이다. 4월이 끝날 때까지 수치로는 16명이 40홈런 이상의 페이스였다. 그중 4명은 60개 이상 그리고 코디 벨린저(LA 다저스)와 크리스티안 옐리치(밀워키)는 70개에 근접하는 흐름이었다.
선수 개인뿐 아니라 팀도 마찬가지다. 미네소타·밀워키·시애틀은 팀 홈런 페이스가 300개 이상이다. 지난해 뉴욕 양키스가 작성한 한 시즌 팀 최다 홈런 267개를 가볍게 뛰어넘는 기세다. 볼티모어는 3·4월에 무려 73개 홈런을 허용해 381피홈런 추세다. 과거 기록을 무려 123개나 뛰어넘을 분위기다.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4월까지 26개 홈런이 450피트(137m) 이상을 기록했다. 게다가 올 시즌 처음으로 마이너리그 양대 트리플 A 리그에 메이저리그 공인구를 사용하자 전년 대비 무려 47.1%의 홈런이 더 나오고 있다. 간과할 수 없는 수치 변화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사무국이 좀 더 자극적이고 화끈한 경기를 원하는 젊은 팬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공인구에 손을 댄다고 믿는다. 홈런이 더 나오고 장거리 홈런이 생산될수록 더 많은 이야기가 된다고 보는 것이다. 마무리 투수 션 두리틀(워싱턴)은 공인구의 그립감이 다르다고 질문했지만, 뚜렷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공인구에 어떤 변화나 문제가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정확한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투수들 입장에선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는 셈이다.
투수 잭 브리튼(뉴욕 양키스)은 과거보다 투수들의 변화구 구사가 많아졌고 실투도 증가해 홈런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이론을 펴기도 했다. 실제 450피트 이상의 장거리 홈런 중 22개는 90마일 이하의 변화구를 공략한 결과였다. 그러면서 야구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받아들이겠다고 했지만, 거짓말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여운을 남겼다.
야구의 미래가 전적으로 홈런 증가에 달렸다면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상생'을 강조하고, 솔직하게 선수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더 진취적인 참여를 끌어내는 기본이 아닐까 생각한다.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