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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리그 창설이 꽤 부정적으로 보이는 이유

  • 작성자: too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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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364
  • 2021.04.19


가시화된게 많지 않으니 간단하게만 생각을 좀 적어보겠습니다.



1. 슈퍼리그의 전망은 괜찮은가?

일단 스폰서를 확충해서 천문학적인 금액을 일시불로 주고 슈퍼리그의 브랜드로 파이를 더 키우겠다, 이것이 슈퍼리그의 청사진인데 개인적으로는 좀 부정적입니다.

일단 파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파이를 박박 긁어서 모으는 것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지금 챔피언스리그에 몰리는 자본과 각 리그에 분산된 자본들을 슈퍼리그로 규합하겠다는 것일 뿐이고 결국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합니다. 미국 자본이 들어온걸 봐서는 블루오션에 가까운 북미 시장을 본격적으로 개척하고 더 나아가 글로벌 시장을 확대하겠다는건데 이럴거면 무슨 유럽 슈퍼리그입니까. 그냥 글로벌 슈퍼리그로 하죠. 연고지 없애고 각 프랜차이즈끼리 모여서 좋게좋게 축구하면 되요. 과정이 과정이라 그런지 모양도 전형적인 미국 프로스포츠 색채가 확 느껴집니다.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프랑스를 비롯해 각 리그 축구협회들이 선제적으로 크게 반발하는 것도 이유가 있습니다. 기존의 리그들을 2부리그로 격하시키고 거기에 달려있던 중계권, 방영권, 각종 사업권 등을 슈퍼리그가 빨아들일 상황에 처해있거든요. 이건 장기적으로 정치권 뿐 아니라 방송국 등 각 국가 관련 산업 종사자들에게도 큰 손해가 됩니다. FIFA나 UEFA가 아니라 국가를 상대로 싸우겠다는 의미도 되고요. 정말로 이게 될까요? 저는 안된다고 봅니다.



2. 슈퍼리그는 공정한가?

슈퍼리그가 챔피언스리그를 대체하려 하는 것에는 저도 축구팬으로서 딱히 반발을 하고 싶진 않습니다. 최근 챔스 측에서 무리수를 두려고 하는 것도 사실이에요. 만약에 루머로 돌던 챔스 개편안이 먼저 공개되고 그 다음 슈퍼리그 창설안이 떴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초기 설립 클럽들의 영구 강등 면제권. 이거 하나만으로 그 모든 이슈에 대한 변명거리가 될 수 없습니다. 초기 참여 클럽들이 정해진 과정도 전혀 공정하지 않고, 그 이후 운영 계획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슈퍼리그가 최소한의 공정성을 담보하려면 강등 시스템부터 합리적으로 고안했어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더 적은 자본과 더 열악한 환경에서 동화와 기적을 쓰고 있는 레스터 시티, 수년간 활발하게 투자하며 도약을 꿈꾸고 있는 에버튼,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웨스트햄 그리고 지키라는 것들은 손해를 보면서 다 지켰음에도 외면받고 있는 AS 로마 같은 클럽들을 대놓고 먹이는 행위죠. 다른 곳에서는 자꾸 빅클럽 대 스몰클럽 구도로 이 판을 인식하는 여론도 있던데 진짜 피해보는건 이러한 잠재적 아니 실질적인 강팀들입니다. 칼치오폴리도 아니고 조작을 한 것도 아닌데 지금 돈이 부족하고 클럽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실질적인 강등 위험에 처해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클럽들이 축구를 못하기라도 합니까?



3. 그렇다면 어땠어야 했는가?

앞서 글을 써주신 분도 있지만 이 구도를 빅클럽 대 스몰클럽, 빅클럽 대 축구기구 같은 대립구도로 이해하면 오히려 본질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로만 흘러갈 뿐입니다. 결국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산업 전체의 위축이고 그와 별개로 챔스 개편과 각 리그 수익 분배에 대한 불만들이 주요 쟁점들이겠죠.

챔피언스리그가 이상하게 변질되려하는 것은 사실이기에 이것을 대체할 새로운 대회의 개설 자체는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챔피언스리그가 가지고 있던 공정성과 시스템들을 가져오려는 노력이라도 했어야 합니다. 솔직히 각 리그들 입장에서 챔스 같은 승강 시스템의 확보만 보장된다면 딱히 슈퍼리그를 반대할 이유도 없어요. 그냥 이름만 바꾼 챔스2일 뿐이고 UEFA랑 싸우겠다는 빅클럽들을 말릴 이유도 없거든요. 중소리그에 대한 적당한 배려, 합리적인 승강 시스템 등이 수반된다면 이처럼 큰 반발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프리미어리그가 출범 당시 슈퍼리그와 비슷한 과정을 겪었지만 결국 정착된 이유도 이것에 있습니다. 잉글랜드 축구 시스템에 아주 확실하게 내려앉겠다는 선을 지켰거든요. 덕분에 수익분배를 개선하고 세계 최고의 브랜드로 성장하기까지 했죠.

동시에 리그에 대한 불만은 리그 내에서 해결했어야 합니다. 수익 분배나 각종 이권들의 대립에서 빅클럽들의 불만이 쌓여있을 수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는 편이나 그것을 슈퍼리그로 돌파하겠다는 생각은 너무 무리수였습니다. 빅클럽들의 팬들은 많지만 정말로 빅클럽만 좋아하는 팬들은 현지에 많지 않아요. 유럽에서 축구는 일상이고 생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현지에서 거주지에 충실한 서포팅 클럽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슈퍼리그안은 각 나라에 자리잡고 있는 리그들을 슈퍼리그의 하부리그로 전락시키는 방안입니다. 그것도 승강이 정말정말 제한적으로 이루어지는 상위리그의 개설이죠. 아무리 챔스 만능주의로 축구가 흘러가고 있다지만 이렇게 대놓고 자국리그가 하부리그화 되는 것을 팬들이 좌시할 수 있을까요.

내셔널리즘은 아직도 축구에서 아주 공고히 자리잡고 있는 가치관 중 하나입니다. 월드컵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죠. 여기서 국가와 리그의 문을 때려부수고 슈퍼리그를 창설하겠다는 것을 팬들이 얌전하게 지지해줄거라 생각했다면 아주 큰 오산입니다. 현지 팬들 반응만 봐도 이건 너무 명확하죠.

유럽 축구리그는 아주 오랜시간에 걸쳐 토대를 쌓아왔고 전세계 스포츠리그 중 가장 확고한 토대를 갖고 있습니다. 단순히 스포츠의 최우선은 팬들이니 뭐니 이런 명분론적인 입장을 떠나서 이 현지 팬층이야말로 스포츠 산업이 발전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유럽 축구는 그냥 돈 있는 클럽들이 축구 잘하는 사람 뽑아다가 대회를 펼치는 그런 단순한 시스템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산업입니다.

그럼에도 클럽들이 본인들의 이권을 위해서 이러한 기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현지팬들을 등돌리는 선택을 한다라... 기자들이 말한 '축구가 바뀔 것이다'라는 표현에는 이러한 의미도 담겨있는 것이겠죠. 이러한 선택이 장기적으로 좋은 선택일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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