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 동안 빌드업이 과거의 패스 플레이나 패싱게임을 대체하는 표현으로 자리 잡는 가운데 오남용도 생겼다.
빌드업 그 자체가 전술이나, 축구 철학으로 착각을 일으킨 것이다. 현재 A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취임 당시부터 지금까지 그가 지향하는 축구는 '공격적으로 볼을 점유하고, 경기
흐름을 지배해 위기 상황을 줄이며, 우리가 의도한 과정을 통해 골을 넣는 것'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여기서
'빌드업'은 '의도한 과정' 부분에 해당되는데 언젠가부터 그의 축구 자체가 '빌드업 축구'라는 표현으로
압축되기 시작했다.
벤투 감독의 축구에 대한 토론은 이어져야 한다. 레바논 원정이나 한일전 참패에서 드러난, 벤투 감독이 지향하는 축구 그 자체가 작동되지 않은 이유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게 그가 '빌드업 축구'를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논제와 가정에 집착한다면 그것은 우리 스스로가 방법론 중 하나를 스타일과 철학으로 혼동하는 함정에 빠졌음을 인정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