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프로세스가 2021년 들어서는 돌연 실종됐다. 정몽규 회장이 3선에 성공한 뒤 수뇌부가 재구성된 시점과 맞물린다.
대표팀 운영의 축이 되는 기술 파트의 지휘봉이 3년 5개월 만에 복귀한 이용수 부회장과 황보관 신임 대회기술본부장에게
넘어갔다. 김판곤 위원장은 월드컵 준비에 집중하기 위해 부회장직을 내려 놓았다고 발표했는데, 실제로는 그 역할이 대폭
축소됐다는 게 내부 전언이다. 지난 2년 간 외부로부터 신뢰를 얻은 시스템과 프로세스도 자연스럽게
멈췄다.
지난 3월 한일전은 이런 변화가 일으킨 분기점이었다. 여러모로 무리한 환경과 조건에서 벌어지는 매치업을 KFA는
밀어붙였다. 우려대로 한일전 역사에 남을 대패를 기록했지만 그에 대한 진단, 어떤 문제가 있었는 지에 대한 명확한 보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저 잘못했다는 정몽규 회장 명의의 대국민 사과문 하나로 끝냈다. 6월에는 월드컵 2차 예선을 치르는
벤투호와 올림픽 대표팀을 소집하는 김학범호 사이의 선수 선발에 마찰이 빚어졌다. 이 부분에 대한 중재가 부족해지며 벤투
감독과 김학범 감독 사이에 신경전이 있었다.
이번 올림픽 대표팀을 지원하는 단장도 김판곤 위원장이 아닌 황보관 대회기술본부장이 맡아 현지로 향했다. 황보관 본부장은
J리그 오이타 트리니타에서 감독, 행정가 경험을 풍부히 쌓은 '일본통'인 만큼 선임 근거가 아예 없다 할 순 없다.
하지만 김학범 감독을 선임하고 지난 2년 동안 모니터링 하며 평가해 온 주체인 김판곤 위원장이 최종 결전의 장에 빠진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결과적으로 김학범 감독과 상호 신뢰를 갖고 소통하며, 객관적 조언을 할 존재가 없었던
것이 각종 오판을 낳았다.
대체 이용수는 어떻게 컴백한거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