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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BS의 진짜 문제 - KBO의 아마추어적인 준비, 대처, 해명

  • 작성자: XBOX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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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113
  • 2024.04.29
KBO 개막 한달이 좀 지나서도 ABS로 시끌시끌합니다. 요즘에는 선수들이 ABS에 불만을 얘기했다가 여론에 뭇매 맞는게 스포츠가 되는 느낌입니다. 사람이 심판 볼 땐 조용하더니 기계는 말 못하니까 불만이냐는 거죠. 이런 반응은 결국 사람이 제공하지 못하는 수준의 일관성, 정확성에 팬들이 더 많은 행복감을 누리기 때문에 나올 겁니다. 저도 같은 생각이고 이젠 과거로 돌아가긴 어려울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ABS의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진짜 문제는 기계가 자동으로 스트라이크 판정을 하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그 시스템의 도입을 결정한 과정, 운영하는 과정, 그 과정에 관여한 주체에 문제가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아마추어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1. 지나치게 성급한 도입, 그로 인한 사건사고.

ABS의 도입은 일사천리로 이뤄졌습니다. 2군에서 테스트는 2020년부터 시작됐지만, 1군 도입 논의가 본격적으로 외부에 알려진 것은 2022년입니다. 이때는 '2024년 도입 목표'라는 단독보도의 관계자 언급이 처음이었습니다.
그 뒤로 1군 도입 얘기가 나온건 지난해 7월이 처음입니다. 이때도 확정이 아니라, 'KBO리그 레벨업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장기적 시각에서 검토 중'이라는 얘기가 전부였습니다.

그로부터 3개월 뒤에 1군 ABS 도입이 결정됐습니다.

불과 3개월만에 장기적 시각으로 검토 중이었던 프로젝트가 전격 전면 도입으로, 의사 결정 과정의 몇 단계를 순식간에 건너뛰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세세한 내용이 검토됐을까요? 그렇지 않았다는 걸 아는데는 한달이면 충분했습니다. 온갖 잡음이 터져나왔죠.

- 로케이션을 보여주기 위한 태블릿 PC의 도입: 시범경기 기간에 베타테스트를 거쳐 정규시즌 직전에 간신히 도입. 이마저도 latency 이슈로 초유의 '심판 해고' 사건의 발단이 됨.
- 투구 좌표 데이터 미제공: 구단에 경기중/경기후 숫자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아 선수가 경기 후에 언론을 통해 항의하고, 언론을 통해 숫자 값을 제공받는 촌극 발생.
- 이민호 심판 사태: 추가 운영요원 배치, 덕아웃에 수신기 배치 등의 사후약방문으로 이어짐.
- 존 모양에 대한 선수들의 발언: 스트라이크 존 모양에 대한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

개막 이후 지금까지 일어난 사건을 보면, 사전에 사고를 통한 검토나 예비도입 테스트만 했어도 피할 수 있었던 사소한 성격의 사건들이 대다수입니다.
저는 ABS 전면 도입 이전에 반드시 챌린지 시스템 단계를 거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KBO리그 구성원의 운영 행태를 보면 이런 소소한 사건사고가 터질 것은 불보듯 뻔했습니다. 퓨처스리그에서 수 년에 걸쳐 테스트를 했다고 하지만, 이제와서 보면 그 테스트도 얼마나 건실하게 이뤄졌는지 의문이 듭니다. 얼마 전엔 그 퓨처스리그에서도 ABS가 전구장에서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순서가 거꾸로 된 느낌이 듭니다.
사대주의적 발상이라 할 수도 있겠으나, MLB에서도 아직까지 도입을 결정하지 못한 시스템을 무슨 자신감으로 도입하기로 결정했는지 저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과거 삼성이 '세계 최초' 수식어에 집착했던 것처럼 그런 포장지가 더 중요해 보였던 걸까요.



2. 스트라이크 존의 정의 - 부족했던, 있어야만 했던 논의: 성문법을 따를 것인가, 불문법을 따를 것인가.

정면에서 볼 때 팬들이 생각하는 스트라이크존의 모습은 대부분 직사각형의 형태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수년, 수십년 야구를 해온 행위자들의 머리 속에 그려진 형태는 타원형, 혹은 사각형의 귀퉁이를 좀더 둥글게 다듬은 형태에 가깝습니다.

저는 지금의 ABS가 판정하는 존이 잘못됐다고 하고싶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 형태가 되기까지 실제 경기의 구연자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쳤나요? 그렇지는 않아 보입니다.

어느 쪽이 맞는 답이냐?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없습니다. 야구 규칙에 정해져있는 스트라이크 존의 모습은, 실제 경기에서 나타나는 모습과는 다릅니다. 100년이 넘는 역사동안 수만번 이상 경기가 치뤄지면서 그 형태는 문자 그대로의 모습과는 상당한 차이를 두게 됐습니다. 지금 ABS 판정에 선수들이 불만을 나타내는 것도 이 지점에서 비롯됐다고 봐야겠죠. 이를테면, '이건 내가 알던 야구가 아니야'라는 겁니다.

그럼 그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선, 사전에 충분한 논의가 되어 있었어야 옳습니다. 하지만 선수들과, 심판들과, 코칭스태프들과 협의/논의를 거친 적이 있다는 얘기는 어디서도 확인할 수 없습니다. 기껏해야 KBO가 주최하는 '실행위원회'와 '이사회'를 거쳐서 합의된 사항이라는 것이 절차적 정당성을 들 때 나올 수 있는 근거입니다. 구단도 결정에 동의한 사항 아니냐고 한다면, 엄격하게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 위원회와 이사회는 실제 경기의 구연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경기에 뛰는 당사자 입장에선 길길이 날뛸 노릇입니다. 하루아침에 대격변 패치가 이뤄진거니까요. 물론 그마저도 묵묵히 적응해야 하는 것이 프로의 미덕임은 당연합니다. 그렇지만 사람 대 사람으로 그 심정이 이해 못할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전수조사 같은 번거로운 절차를 통한 의견수렴까진 바라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각 구단의 베테랑들이 하나둘 조금씩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보면, 최소한의 절차조차도 부족함이 있었던 것은 자명해 보입니다.




3. KBO의 해명 - 수산시장 저울치기 수준의 촌극

류현진의 항명에 KBO는 숫자 공개로 맞불을 놓았습니다. "봐라, 좌표는 정확하지 않았느냐?"

이건 어시장에서 저울로 사기치는 업자와 다를게 없는 수준의 얘기입니다. 횟감 1kg를 달라고 했는데 한눈에 봐도 500g밖에 안되보여서 이거 맞냐고 했는데, 똑같은 저울로 재서 '보세요 1kg 맞죠?'라고 하는 꼴이죠. 같은 저울로 쟀는데 오차가 10g인지 100g인지 알게 뭡니까? 애초부터 잘못된 저울이라면 의미가 없는 비교입니다.

류현진과 KBO의 말다툼도 같습니다. 0.78cm 벗어난 것은 중요하지 않습다. 그 카메라의 영점이 처음부터 한쪽으로 틀어져 있었다면? 그럼 0.78cm가 아니라 사실 7.78cm일 수도 있습니다. (야구공 하나의 지름이 7.6-7.8cm 정도 됩니다.)

물론 야구공 로케이션 어긋난 게 저 수준은 아닐 거라고 믿습니다. 실제로 정확하게 0.78cm 안쪽이라서 스트라이크가 된 걸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KBO가 내놓은 해명은 이마를 탁 짚게 만드는 황당한 해명입니다.


그렇다면 영점이 틀어진 건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아니 애초에 영점이 틀어진다는 건 불가능한 걸까요? '구장마다 존이 다를 수가 없다'는 허구연 총재의 해명처럼?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구장마다, 타석마다, 투구마다 미세한 수준의 오차는 반드시 존재합니다. 비교하는 샘플간의 시차적 거리가 길 수록, 물리적 거리가 멀 수록 그 오차는 피할 수 없습니다. 메이저리그 구단 데이터 분석가들의 머리를 아프게 하는 것 중 하나도 이런 오차를 바로잡고 보정하는 문제입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 오차 수준도 점점 줄어들겠으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준은 아닙니다. 정말 허구연 총재의 말처럼 단순히 '카메라 3대의 각도를 맞췄기 때문에 오차가 존재할 수 없다'고 한다면 세상 모든 이공계 대학원생들이 눈물을 흘리며 참회해야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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