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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전까진 이틀, 장현수 딜레마

  • 작성자: 왼손은못쓸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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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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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골로 찬사를 받은 손흥민은 이번 월드컵엔 울지 않겠다던 다짐과 달리 또 눈물을 흘렸다. 경기 막판 왼쪽 종아리 부상을 입은 기성용은 교체카드가 없어 다리를 끌고 다니며 수비를 해야 했다. 세트피스 수비 상황에서 동료들에게 “포기하지 마”를 외치는 조현우는 선수들의 마음가짐을 보여줬다.


멕시코전에서 최선을 다 하며 선전하는 대표팀의 모습은 스웨덴전 후 질타 일색이었던 여론 분위기를 꽤 바꿨다. 하지만 한 선수를 향한 반응만은 예외다. 중앙 수비수 장현수다. 멕시코전 두 차례 실점 과정에서 모두 태클로 결정적 미스를 저지른 장현수는 살벌할 정도의 여론처형을 받고 있다.


스웨덴전에서 이른바 ‘킬’패스 논란이 빚어지며 월드컵 전부터 기저에 깔렸던 반 장현수 여론이 뜨거웠다. 박주호가 멕시코전 후 믹스트존에서 부상은 장현수가 아닌 자신과 불운의 문제라고 인터뷰했지만 이미 장현수를 향한 여론은 폭발한 시점이었다.


멕시코전 후 장현수가 흘린 눈물의 의미는 복잡했을 것이다. 자신의 판단 미스로 팀 패배를 불렀다는 자책감이 컸을 것이고, 그로 인해 받게 될 여론의 심판도 분명 인지했을 것이다. 그에 대한 장현수의 입장과 속내는 들을 수 없다. 대표팀은 선수 보호 차원에서 멕시코전 후 장현수를 믹스트존으로 보내지 않았다. 24일 훈련에도 멕시코전에 주전으로 나선 선수는 회복을 위해 호텔에 남으면서 장현수를 볼 수 없었다. 


굳이 대표팀 관계자의 반응을 확인하지 않아도 현재 장현수는 심리상태는 훤히 그려진다. 사실 멕시코전의 플레이도 이미 그가 평정심을 잃었다는 증거였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측면으로 향하는 공격수의 움직임을 그 정도의 다급하고 필사적인 태클로 저지하는 건 일반적 방법이 아니다. 장현수는 많은 지도자들로부터 영리한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멕시코전의 판단은 그와 대치됐다. 




24일 회복훈련에서 신태용 감독이 장현수를 언급했다. 기성용이 부상으로 독일전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을 얘기하다가 “부주장은 현수인데…”라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그 역시 장현수의 심리 상태를 우려하며, 독일전 출전 여부를 재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여론이 인정하든, 안 하든 장현수는 이번 대표팀에서 수비의 리더다. 신태용 감독은 월드컵 본선행이 확정된 뒤 장현수 중심으로 수비를 짜 왔다. 절대적인 기회와 시간이 그에게 집중됐다. 


장현수가 인정받는 부분은 리더십과 수비라인 조절이다. 빌드업이나 공을 다루는 기술은 세간에 알려진 평가와 달리 특출 나진 않다. 대신 신태용 감독이 지난 11월부터 쓴 4-4-2 포메이션의 핵심 전술인 간격 유지와 수비라인 조정에 능하다. 동료들 사이에서 ‘짱돌’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우는 그는 상대와의 경합에서 호전적이다. 적극적으로 동료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성향이 그라운드에서 좋은 쪽으로 발휘된다. 신태용 감독도 그 부분에 강한 신뢰를 보냈다.


그런데 상호 신뢰를 넘어 맹목적인 감도 있었다. 장현수는 볼 처리가 기술적이지 않아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큰 실수를 범했다. 적극성이 지나쳐 위험하게 덤볐다가 상대에게 결정적 찬스를 내준 것도 A매치에서 수 차례였다. 경고음이 울렸지만 신태용 감독은 그 부분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주의를 주고, 월드컵에 이르러 집중력을 높이면 재발하지 않을 걸로 봤다. 장현수 같은 타입의 수비 리더가 없다고 보는 상황에서 그만의 존재 가치를 더 높이 샀다.


지도자의 신뢰는 약이 되지만, 때론 독이 된다. 장현수는 후자의 경우다. 불운이든, 실력이든 기이할 정도로 그가 있는 지점에서, 그의 플레이로 인해 팀에 문제가 생겼다. 


이제 장현수는 신태용 감독과 대표팀의 깊은 딜레마가 됐다. 써야 하는데, 선뜻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다. 장현수를 향한 선수들의 신뢰는 여전히 깊다. 밖에서 보지 못하는 내부에서의 시각과 평가는 굳건하다. 선수들은 멕시코전에서 장현수의 태클 이전에 그런 상황을 만든 전체의 문제를 더 많이 언급했다. 책임을 같이 지려는 모습이었다.



관건은 장현수 본인의 상태다. 멕시코전 후 눈물은 경기 중 이미 평정심을 상당히 잃은 것 같았던 그가 완전히 무너진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경기 후 미디어와의 접촉을 아예 차단한 대표팀의 선택과 신태용 감독의 코멘트는 가장 가까이서 그걸 확인한 이들의 피드백이다. 


여론은 장현수를 쓰지 말라고 한다. 2연패로 코너에 몰린 신태용 감독으로선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장현수를 써야 할 이성적 근거도 존재한다. 이미 대표팀은 수비 전술과 그나마의 조직력을 장현수 중심으로 짜 왔다. 


멕시코전이 끝나고 독일전까지 훈련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사흘. 이미 하루는 회복 훈련에 썼고 이틀이 남았다. 경기 하루 전날은 경기장 적응과 컨디션 조절 차원의 평범한 훈련이 일반적이다. 결국 독일전을 위한 크고 작은 형태의 전술을 준비할 시간은 실제로 하루 뿐이다. 독일전을 앞두고 그를 빼는 게 리스크가 커지는 이유다. 단순히 선수 1명을 빼고 넣는 것 이상의 선택이다.


윤영선, 정승현, 오반석 등 다른 센터백을 김영권과 함께 조합하려면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 장현수보단 낫지 않겠냐는, 반감이 만든 기대감만으로 변화를 주기엔 시간이 너무 짧다. 대체 선수가 엄청나게 분전해 더 나은 결과를 낼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결과가 좋지 않다면 조직력을 고려하지 않은 소신 없는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올 게 뻔하다. 


기성용이 빠진 상황에서 부상이 없는 장현수까지 독일전에 빼는 건 감독 입장에선 마이너스를 안는 것이다. 그를 선발라인업에서 보지만 않아도 후련하겠다는 국민 정서만 고려할 수 없다. 정말 고려해야 하는 건 장현수의 현 상황이다. 심리적인 문제로 정상 기량을 펼칠 수 없다는 판단이 설 때 신태용 감독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선수 선발과 기용은 감독의 절대 권한이다. 그가 소신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방식이고, 책임을 묻기 위해선 그 권한을 지켜 줄 필요가 있다. 여론의 요구와 청원이 아닌, 신태용 감독의 판단 그 자체로만 장현수의 출전 여부가 결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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