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조선시대가 배경인 '슈룹'은 사고뭉치 왕자들을 위해 치열한 왕실 교육 전쟁에 뛰어드는 중전의 파란만장 궁중 분투기를 그린다.
배경만 조선시대를 차용했을 뿐, 그 안을 들여다보면 자녀에 대한 교육열이 높은 대한민국의 현실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중전 화령(김혜수 분)은 대군들의 교육을 위해 밤낮없이 뛰어다니고, 후궁들은 어떻게든 자녀가 최고의 자리(왕)에 올라가도록 온갖 비책을 펼치고 구한다. 이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아깝지 않다. 이른바 조선판 'SKY 캐슬'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이렇다 보니 드라마 전개를 위해 조선 왕실에선 있을 수 없을 법한 설정들이 생겨났다. 세자·세손이 건재한 상황에서 '제왕' 자리를 놓고 왕자들 간 물밑 경쟁이 벌어진다거나, 대군들이 왕자들과 같은 처지에서 경쟁을 한다거나, 대군을 다섯이나 낳은 중전 화령의 입지가 취약하다거나, 후궁 출신 대비(김해숙 분)가 존재한다는 지점이 그렇다. 대사에서도 중전이 대군들을 '내 새끼'로 칭하거나, 왕자들이 중전과 세자를 두고 '너희 엄마' '세자 새끼'라고 하는 등 현대의 말투가 등장한다.
여기에서 문제가 생겼다. 조선이 배경이면서도 이 같은 설정과 대사들이 중국 고장극, 특히 후궁 암투물의 문법과 유사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로 이런 설정들이 청조(淸朝) 시대를 배경으로 한 중국 고장극과 닮아 있는 것은 맞다.
전우용 역사학자는 CBS노컷뉴스에 "조선 왕실에서 저런 일은 있을 수가 없었다. 조선은 철저한 적서차별의 사회였고, 주자 성리학을 바탕으로 한 사회였다. 중전이나 세자에게 왕자가 저렇게 말하는 건('새끼' 등 멸칭)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일이었다. '가상' 수준이 아니라 '망상'"이라며 "중국도 원래는 주자 성리학에 따른 사회였지만 유목 민족인 청조가 시작된 후로 8명의 황자가 황제위를 두고 다투는 등 지금 '슈룹'의 설정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http://n.news.naver.com/article/079/0003700340?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