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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파업의 원인 진단 - 의료계 내부 정서 중심으로.

  • 작성자: 정사쓰레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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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902
  • 2024.04.21

의사들의 입장도 반영해준 기사가 있어서 퍼와봄. 솔직히 의사들이 파업 이유로 '돈'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꺼내지 못하다 보니까 말도 안되는 이유들을 댈 때도 있는데, 아래 기사 내용이 그나마 가장 의사들 파업 내역을 잘 설명해주는 것 같아서 소개해 봄. 의사들을 비판하더라도 의료계 내부 상황은 알고서 비판을 해야 할 테니까. 서로 감정적 대립만 해봤자 피해만 더 커질 뿐이고.  



왜 전공의가 나섰나= 2000년 의약분업 반대 투쟁을 전공의가 주도한 이래 사반세기 동안 우리 의료계에서 전공의는 대정부 투쟁의 선봉이라는 공감대가 굳어졌다. 이후 2014년 원격의료, 2020년 공공의대 반대 집단행동 등 의료계가 집단행동을 벌일 때마다 그해 의대생부터 수련의(인턴), 전공의(레지던트)까지 11년차가 동시에 '투쟁 경험'을 했는데, 그때마다 의대생들은 '내가 나중에 전공의가 됐을 때 대정부 투쟁이 필요하면 당연히 나서야 한다'는 집단적 사고가 형성됐다고 의료계 관계자는 전했다. 

현재 집단 휴학 신청을 한 의대생들이 이런 경험을 물려받는 중이다. 이와 같은 행태가 단절되지 않으면 전공의가 주동하는 의료계 집단행동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 이탈이 병원을 세운 원인병원은 모든 직역이 톱니바퀴처럼 연결돼 돌아가기 때문에, 어느 하나가 작동하지 않으면 병원 전체가 멈춘다. 나사 하나만 빠져도 로켓이 폭발하는 것과 같다. 교수 한 명의 수술은 전공의 두 명이 보조를 서야 가능하다. 전공의가 병동 입원 환자를 챙겨야 교수가 수술방에 들어가거나 의대 수업을 하러 가거나, 퇴근할 수 있다. 

단순히 저임금으로 착취하던 전공의가 없어지니 대학병원이 적자를 보는 것이 아니라, 교수가 진료를 통해 병원 매출을 창출하게 백업하는 '핵심 업무지원 담당자'가 사라진 것이다. '진료보조인력'일 뿐인 전공의 이탈 후 교수가 밤샘 당직을 해야 하는 까닭이 이런 병원 운영 구조에 있다.


전공의가 '당당한' 이유 = 전공의는 1977년 건강보험 도입시부터 적자 편성인 의료수가체계에서 자신들이 대대로 떠맡는 '4년간의 저임금 중노동'이 의료전달체계 유지를 위한 핵심 희생이라고 자부한다. 현재 의대 교수와 전문의들도 전원 전공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이런 자부심에 공감한다. 전공의들이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 교체를 복귀 조건으로 내건 것도 "박 차관의 몇몇 발언이 국민 보건을 위해 희생하는 전공의와 의료계를 무시했다"는 감정적인 이유다. 의료계 외부에서 "의사들이 환자의 피해를 담보로 희생자 코스프레를 한다"고 비판하는 지점이다. 전공의들 스스로 집단행동을 정당화하는 이런 인식은 수가체계를 원가 보전이 가능하도록 재편성하지 않으면 바뀔 가능성이 없다.


의료계가 단일대오인 까닭= 우리 의료체계는 국민건강보험이라는 유일한 비용 지급기관에 종속돼 있다. 모든 의사는 소속 의료기관이나 각자의 진료 수준차와 무관하게 같은 진료를 하면 같은 금액을 받는다. 사실상 '한 회사에서 같은 월급을 받는 직원'인 셈이다. 의료기관마다 다수의 사보험사 중 골라서 계약하는 미국 의료체계와 다르다. 

의사는 평소에는 전공과목이나 소속 의료기관의 등급(1차, 2차, 3차 의료기관)에 따라 이해관계가 다르고 서로 대립도 하지만, 의대 증원이나 4대 필수의료 패키지 등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 기반한 의료체계 전체를 흔드는 정책이 나오면 의사집단 전체의 동일한 이해관계에 맞춰 단일 대오를 형성하고 강력하게 반발한다.


의대 증원 왜 꼬였나 = 2000년 이후 의료계의 집단행동을 유발한 의정갈등 4건은 두 가지로 성격이 나뉜다. 2014년 원격의료와 2020년 공공의대 추진은 의사들의 경제적 이해관계와 관련이 덜한 '제3의 정책 이슈'였다. 원격의료는 통신 3사의 이익을 위해 '의사는 환자를 직접 진료한다'는 원칙을 허무는 정책이라고 의료계는 간주했다. 공공의대 역시 학업능력이 아닌 시민단체 추천으로 의대생을 선발한다는 정치적 수단이라고 의료계는 해석했다. 둘 다 정부가 해당 정책을 철회하는 것만으로 의료계를 설득했다. 

반면, 의약분업은 의사들의 '밥그릇'을 줄이는 정책이었고, 의료계는 수가 인상과 의대 정원 감축이라는 '밥그릇 채워주기'를 약속받고서야 파업을 끝냈다. 이번 의대 증원도 밥그릇을 건드리는 정책이다. 그러나 전공의 사직 이후 정부가 매일 내놓은 필수의료 지원책은 2000명 증원이 가져올 밥그릇 빼앗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어서 전공의와 의료계를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다.


◆ 의정합의 왜 어려운가 = 의대 증원이라는 수면 위 갈등 아래에 현행 건강보험 제도 유지가 어렵다는 본질적인 문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박정희 정부는 1977년 '저부담', '저수가', '저보장' 3저 원칙을 기본으로 건보를 도입했다. 의료계가 이런 원칙을 수용한 것은 초기 건보 가입자가 전 국민의 5%에 불과했고, 정부가 수가를 원가 보전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인상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가 제시했던 대로 건보 가입자 확대에 맞춰 건보 수가를 원가 보전 수준까지 인상했다면 지금의 의료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1989년 수가 정상화 없이 건강보험을 전국민으로 확대하면서 의료계는 건보 진료만으로는 적자를 면할 수 없게 됐다. 이후 의료계는 비급여 진료로 적자를 메꿨고, 수련병원은 저임금 전공의에 의존하면서 저수가 체제에 적응했다. 현재 이탈한 전공의들이 요구하는 좋은 처우 및 수련환경 확보를 위해서는 수가를 원가 이상으로 올려서 진료 수입만으로 흑자를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건보 재정은 보장성을 강화하여 재정 지출을 대폭 증가시킨 문재인 케어의 여파 등으로 2028년 고갈이 예상되는 상태여서 이 같은 '정공법 해결'은 불가능하다. 여기에 정부의 2000명 증원, 그리고 이와 함께 추진하는 '10조원 필수의료 패키지'까지 얹히는 바람에 수가 정상화를 통한 의료개혁은 더욱 어렵게 된 상황이다.


개인적인 결론 : 저수가는 정부의 근본적인 잘못이 맞고, 이 체계를 바로 잡으려면 의료 보장성 약화와 건보료 인상, 경증 환자 진료 자기 부담률 향상 등 의료 급여 체계의 전면 재설계 등이 요구되기에 해결이 매우 난망하다. 국민들도 돈 더내고 서비스는 악화된다는 데 좋아하지 않을 게 뻔하니까. 지금 이대로의 지출로도 멀지 않은 미래에 재정 고갈도 예정되어 있는데.

그런데 저수가에 맞춰 시장이 왜곡된 결과 수가 정상화 시 예상 상황보다도 오히려 더 많은 사회적 의료 비용이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저수가 정책 유지를 위해 눈감아 온 실비 슈킹 등으로 '인기과'가 형성되어 이들이 꿀을 빨아 왔고 의사 지망생들.. 의사 수련생들 모두 이 꿀단지를 바라다 보는 상황이다.  

수가 정상화와 이 꿀단지 박살이 동시에 이뤄지는 것은 쉽지 않고, 정부는 점진적인 수가 정상화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의사들의 정부 신뢰성이 낮고 중단기적으로 기대 수익의 대폭적인 감소가 뻔하기에, 꿀단지 보호를 위해 의사들이 똘똘 뭉쳤다고 봐야 한다. '나만 아니면 돼, 하필 꼭 내 때에 그러겠다는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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