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청에서 고용한 젊은 용역반들은 최근 들어 거의 매일 노점상을 덮친다. 리어카를 빼앗고, 부수고, 엎어뜨린다. 노점상들은 리어카를 움켜잡고 버텨보지만, 여든이 다 된 노인이 젊은이의 완력을 이겨내기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매일 다치고 빼앗기고 비명을 지른다. 그러면서도 골병든 몸을 이끌고 다시 강남역을 찾는다. 그들에게 강남역 거리란, 30년의 세월을 지탱해준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매일 들이닥치는 용역반, ‘기업형 노점’이라 비난하는 강남구청
“세상에 어느 부모가 내 자식새끼 노점을 시키겠어. 내 자리는 딱 하나야.”
저녁, 강남역 11번 출구 대로변. 거리 곳곳에 자리 잡고 있던 수십 개의 노점상들이 눈에 띄게 줄어 있다. 대신, 노점 천막 한 곳에 서너 명의 노점상들이 들어가 북적이며 일을 하고 있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합동장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매일매일 들이닥치는 용역반들 때문에 혼자서는 도저히 버텨내기 어려운 까닭이다.
“86년부터 시작했으니 30년이 됐지. 이 자리가 나에게는 고향이자 삶의 터전이야. 새끼들 가르치고 먹여 살린 곳이지. 처음에는 꽃 장사를 했는데 한 15년 정도 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모자 장사로 바꿨어. 내 딸이 벌써 마흔이 됐으니 세월이 많이 흘렀네. 너무 슬픈 게, 내가 딸을 낳고 바로 노점상을 하러 나왔어. 국민학교 입학식, 졸업식, 운동회 아무것도 못 갔어. 그게 너무 불쌍해. 딸은 엄마 고생한다고 대학에도 안 갔어. 항상 미안하지. 그래도 지금은 경남 하동으로 시집가서 야무지게 잘 살아”
“공무원은 우리를 때려도 되고, 우리는 공무원 때렸다고 구속되는 게 대체 어느 나라 법이야. 용역들은 쇠망치나 절단기 같은 흉기를 들고 다녀도 괜찮대. 용역이 든 건 무기가 아니고, 우리가 들면 무기래. 사유 재산 빼앗고 노점상 엎어버리는 것은 죄가 아니야? 우리가 죄가 있으면 돈이 없어 빌어먹은 죄 밖에 없어. 강남구청은 수 억 들여서 용역을 사. 근데 어느 나라도 노점 없는 나라가 없어. 우리가 세금도 내고 깨끗하고 질서 있게 장사 하겠다고. 제발 물건만 빼앗아가지 않았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