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국정조사, 사실 규명보다 망신주기 우려”
9개그룹 회장 증인채택 반발
“검찰·특검 등 불려다니면서
기업활동 전반적 위축 뻔해”
국회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국정조사 청문회(12월 5일)에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를 한 8개 대기업 그룹 회장, 전국경제인연합 회장 등 9개 기업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자 재계는 “진실규명 목적보다는 전 국민 대상의 ‘망신주기’ 이벤트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기업 경영의 최종 결정권자들이 똑같은 사안으로 검찰, 국회 청문회, 특검 등으로 줄줄이 불려 다니게 되면 전반적인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청문회 출석으로 인해 기업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할 수 있는 것도 재계는 걱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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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고위 관계자는 22일 “검찰 수사를 받았고 특검 수사도 받아야 하는데 국회 청문회까지 출석하라고 하는 것은 회장과 해당 기업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아무리 잘 대응해도 망신을 면하기 어려운 판인데 조금이라도 어눌한 모습을 보이거나 말실수를 하면 전 국민의 질타로 이어질 수 있어 이만저만한 스트레스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B그룹 고위 관계자도 “검찰이 최순실 사건 중간 수사 발표에서 기업들의 미르·K스포츠 재단 기부금 출연은 정부 강압에 의한 것으로 잠정결론을 내렸는데 굳이 총수들을 대상으로 청문회를 여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정부의 기업 대상 준조세 강요 관행을 폐지하자는 쪽으로 청문회가 진행돼야 하는데 TV 생중계를 통해 대기업 회장들에게 망신을 주는 쪽으로 흐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기업 활동이 위축될 여지도 많다. C그룹 고위 관계자는 “기업 총수가 검찰, 국회, 특검 등으로 줄줄이 불려 다니면 경영상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특히 기업들이 우려하는 것은 해외 사업이다. D그룹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하고 있는 사업들이 모두 정부 특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며 “특히 회사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총수가 국회 청문회에서 죄인 취급을 받을 텐데 기업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또다시 기업인들이 창피를 당하는 모습이 전 세계에 보도되면 기업 브랜드에 큰 타격을 입는 만큼 창피를 주는 청문회는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