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떠나기 전에 '나를 물에다 띄워 줘, 강에다 띄워 줘, 바다에 띄워 줘'라고 했어요. 전 그렇게 말할 때마다 아주 쉽게 '알았어, 그래'라고 했는데. 그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요."
모명상 씨는 지난해 40년 지기를 대장암으로 떠나보냈습니다. 친구는 남편과 자녀 등과 사실상 연락을 끊었지만 모 씨와는 꾸준히 연락했습니다. 그런 친구가 아프다는 사실을 안 것도, 암을 너무 늦게 발견해 손 쓸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도, 요양 병원에 함께 간 것도 모 씨입니다. 아프다는 사실을 안 뒤로는 평소보다 더 자주 연락하고 음식을 챙겨주며 살뜰히 챙겼습니다.
지난해 9월 10일 정오쯤 강아지 산책을 하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친구가 입원해있는 요양 병원이었습니다. 모 씨는 "아무래도 친구가 사망하실 것 같다고 하더라"라며 "달려갔더니 막 숨을 멎었더라고요. 제가 친구 이름을 부르며 '나 왔어. 편안히 가'라고 했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임종을 지켜본 모 씨는 '물에 뿌려달라'는 친구의 마지막 소원이 떠올랐습니다. 죽기 전까지 수차례 이야기 할 정도로 간곡했던 그 부탁을 꼭 들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장례조차 바로 치를 수 없었습니다.
'가족 대신 장례' 가능해졌지만...한계 여전
기존에는 수십 년 함께 산 사람이라도 '법적 가족'이 아니면 장례를 치를 수 없었습니다.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거부하면 행정기관이 연고자가 돼 화장하거나 공영장례를 하면, 가족 아닌 사람들은 이 장례에 참석하는 데 그쳐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2020년 장사 업무 안내'에서 '시신이나 유골을 사실상 관리하는 자'도 연고자가 될 수 있다는 조항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해 사실혼 관계나 친구 등 삶의 동반자도 장례를 치를 수 있게 했습니다.
http://news.v.daum.net/v/202102240900191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