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측근들이 전하는 뒷얘기
ㆍ집단탈당 예고하며 돕겠다더니 지지율 급락에 등돌려
ㆍ“외교부 출신·MB정부 인사들, 폼만 잡다 망쳐” 지적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자택을 나서면서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에게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img.khan.co.kr/news/2017/02/02/l_2017020301000441400030641.jpg)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자택을 나서면서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에게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73)이 지난 1일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한 배경을 두고,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다. 정치인들의 배신과 국내 정치판을 쉽게 생각했던 반 전 총장 본인의 나이브한 태도, 캠프 내부의 잘못된 전략 등 여러 악재들이 겹쳐 ‘정치 부적응자 반기문’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반 전 총장이 2일 서울 사당동 자택 앞에서 “저는 태생이 아주 순수하고 단순하고 직선적이어서 복선이 깔린 이야기는 평생 해본 일이 없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다.
반 전 총장은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의 돌변한 태도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당초 정진석 전 원내대표 등 충청권 의원들(13명)은 설 연휴 직후 반 전 총장을 돕기 위해 집단 탈당하겠다고 예고해왔다. 반 전 총장 측은 이들과 함께 바른정당에 입당하거나 독자 창당을 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이들은 반 전 총장 지지율이 급락하자 발을 뺐다. 충청권 의원 8명은 지난달 31일 회동에서 탈당을 보류했고, 반 전 총장은 이튿날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 캠프 인사는 “이게 가장 큰 타격이었던 것 같다. 처음엔 20명을 데리고 나올 수 있다고 하더니 나중엔 5명도 안된다고 하더라. 겨우 이 정도를 데리고 바른정당에 입당한다면 영이 서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충청권 한 의원은 “그 사람들이 (우리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돼 있었다. 선대본부 요청도 안했고, 전혀 콜(요청)이 없었다”고 했다.
외교부 출신 인사들, 이명박 정부 인사들을 두고 “폼만 잡다가 망쳤다”는 말도 나왔다. 김숙 전 유엔 대사 등은 반 전 총장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는데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독자세력화’를 주장했고, ‘이명박 사람들’은 빅텐트만 주장하다가 역풍을 맞았다는 것이다.
정치판을 쉽게 봤다는 지적도 있다. 다른 관계자는 “반 전 총장이 정치인들을 만날 때 (무슨 말을 하고 어떤 제안을 할지 등에 대한) 준비도 없이 나갔다”며 한숨을 쉬었다. 자신이 귀국만 하면 제3지대가 자신을 중심으로 알아서 뭉칠 것으로 믿었다는 것이다. 반 전 총장은 “중립적·개혁적 성향을 가진 분들과 힘을 합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별로 손에 잡히는 게 없고 그분들 생각이 상당히 복잡했다”고 했다. 평생 대접만 받던 반 전 총장이 기름장어라는 별명, ‘1일 1사고’ 논란, 친·인척 비리 의혹 등 개인적 비난을 못 견뎌 했다고 반 전 총장의 오랜 측근은 전했다.
그러다 보니 반 전 총장은 이날도 정치권을 향한 감정을 쏟아냈다. 자택 앞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정치인이 더 각성해야 한다. 모든 원인들을 정치인이 제공하니까 이를 해결해야 하는데 전부 계산이 다르니까 국민들이 고생하는 것”이라고 했다. 참모들과 캠프 해단식 겸 오찬을 한 후 “한국 정치사회는 ‘정치는 이런 것이다. 정치는 꾼이 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정치를 배타적인 것으로 만들어놓았다. 정치는 모든 국민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과는 선을 그었다. 정치 재개 가능성에 대해 “자제하려고 한다. 연설한다든지 학회에 간다든지 기회 있을 때마다 국민 통합과 화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자신을 도우려 했던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오세훈 최고위원에게 전화해 “죄송하게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