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공약 기대했는데 결국 최순실에 돈 퍼다줘"'이러려고 장사하나' 뿔난 영세상인들 생업 접고 거리로
◆ 촛불로 드러난 민심 ◆
지난주 집회와 눈에 띄게 달랐던 점 중 하나는 100만명에 달하는 인원뿐만이 아니다. 지난주만 해도 유모차 부대, 중·고등학생, 대학생 등이 집회를 주도했지만 주말 대목 장사를 포기하고 촛불을 들고 나선 자영업자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수십만 명의 인파가 가득 찬 광화문광장에서 공짜 핫도그 배식대를 차린 김우겸 씨(44)도 이들 중 한 명이다. 김씨는 저항의 상징인 '가이포크스' 가면을 쓰고 '하야 DOG(핫도그) 드시고 힘내세요. 가격은 자유~'라는 문구가 적힌 안내판을 들고 집회 참가자들에게 핫도그를 대부분 무료로 나눠줬다. 김씨는 "일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낸 돈은 다음 집회 때 핫도그 재료비로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시흥시에서 전자부품 판매업을 한다는 김씨는 이날 새벽 서울행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생계를 위해 주말에도 장사를 해야 하는 처지지만 이날은 일을 내려놨다. 김씨는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드러난 우리나라 정치·경제의 후진성에 분노를 느꼈다"며 "정부는 서민들을 위해서 돈을 퍼붓는다고 이야기하는데, 결국은 다 최순실에게 퍼부은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대기업에 전자제품 부품을 납품하는 조그만한 3차 하도급 업체를 운영한다. 10원의 이익이 나면 대기업이 7원을 가져가고 1·2차 벤더들이 2원, 나머지 영세업체들은 겨우 1원을 가져가는 현실 탓에 김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김씨는 이번 최순실 게이트로 드러난 권력형 비리가 이 같은 기대를 무참히 깨버렸다고 한숨을 쉬었다.
덕수궁 대한문 앞에는 '내가 이러려고 장사하나' '내가 이러려고 세금 내나'라는 문구가 적힌 행렬이 눈에 들어왔다. 편의점, 음식점, 작은 옷가게 등 수도권 인근에서 유통점을 하는 수백 명의 전국유통상인연합회 회원이다. 인천에서 음식점을 하는 서 모씨(50)는 "수도권에서 대형 복합 쇼핑몰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열악한 골목상권이 이제 한계치에 다다랐다"며 "당장 하루 영업이 아쉬운 처지지만 생계형 상인들의 한탄을 전하기 위해 오전에 일찍 가게를 정리하고 시위 현장에 나왔다"고 말했다. 유통상인연합회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내수 부진이 길어지면서 음식점 매출은 50%, 옷가게 매출은 80% 가까이 급감했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포시즌스호텔 건너편 한 커피숍 앞에선 한 20대 여성이 집회 참여 시민들에게 쓰레기봉투를 나눠줬다. 이 여성은 "작은 비닐봉투 판매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서민들 허탈하게 만드는 사회 부조리도 모두 담아서 쓰레기통에 버려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가족 단위로 유모차를 끌고 온 사람과 함께 교복부대, 넥타이부대 등 참여 연령이 다양했다. 덕수궁 대한문 앞을 지나던 이현식 씨(36)가 목말을 태운 세 살배기 딸아이의 작은 손에도 '박근혜 하야'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이 들려 있었다. 이씨는 "오늘 광화문광장은 살아 있는 민주주의 교육의 장이 됐다"고 말했다.
http://v.media.daum.net/v/20161113182003671?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