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를 위해 자발적으로 성을 판매한 여성을 ‘성매매 피해자’로 간주해 범죄자로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고 국회 보고서가 지적했다. 성매매 합법화와는 다른 맥락으로 성 판매 여성 역시 인권유린의 피해자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의 조주은 입법조사관은 지난해 12월 서울북부지원이 자발적으로 성을 판매한 여성을 처벌하도록 한 성매매처벌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것과 관련해 29일 낸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조 조사관은 “성매매는 ‘성적자기결정권’로 접근하기보다는 사회·경제적 약자의 마지막 선택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며 “따라서 성판매자의 권리는 사회적 약자 보호차원에서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 판매 여성의 처벌 문제를 ‘성적 자기 결정권’, 즉 성행위는 자유권적 기본권이라고 인정해 성매매를 합법화하는 차원이 아니라 성판매 여성의 인권유린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조사관은 “위헌법률심판제청사건의 본래 취지를 적극적으로 살려서 성판매 여성을 비범죄화하고 성 구매자만 처벌하는 수요차단 정책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조사관은 이를 위한 방안으로 성매매처벌법 제2조 제1항 제4호의 ‘성매매 피해자’ 규정에 ‘자발적 성판매자’도 포함시킬 것과 제20조(벌칙) 제1항 제1호에 명시된 처벌대상 행위 중에서 ‘성을 파는 행위’는 제외할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매매 불법/합법화 논쟁과 관련해 성매매는 도덕적 잘못으로 간주해 불법화할 것을 요구하는 ‘보수주의적 관점’, 강요에 의한 성매매가 아닌 개인 간의 자발적 거래에 의한 성매매는 용인하는 ‘자유주의적 관점’, 성매매를 여성에 대한 억압으로 규정하는 ‘여성주의적 관점’ 등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보수주의적, 자유주의적 관점은 소위 ‘자발적 성매매’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이를 도덕적으로 타락한 것으로 볼 것이냐의 문제에서 갈린다. 반면 여성주의적 관점은 ‘자발적 성매매로 분류되는 상황조차 사회경제적 처지에 의한 강요된 선택’이라는 측면을 강조하는 것으로, 조 조사관은 이 관점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북부지원의 위헌법률심판과 관련해 2010년 여성부 성매매 실태조사에 참여하기도 한 신상숙 서울대 여성연구소 교수는 성매매 여성의 현실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며 “성매매 현장에서는 성매매특별법에 의거한 무리한 단속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성매매를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드물다”고 말한 바 있다. 신 교수는 ‘자유의 이름으로 현실을 방치’하거나 ‘굉장히 보수적인 접근’만이 제시되는 극단의 상황에서 성매매 여성의 실증적 실태에 근거해 균형을 잡을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