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의 학생들이 김활란 초대총장의 동상 앞에 그의 '친일행적'을 밝히는 팻말을 세울 것으로 예고된 가운데 학교가 학생들의 행동에 불허한다는 입장을 밝혀 마찰이 예상된다.
13일 이화여대 학생들로 구성된 '김활란 친일행적 알림팻말 세우기 프로젝트 기획단'은 이날 오후 예정된 팻말 설치에 대해 학교가 '허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기획단에 따르면 앞서 8일 학생들은 김혜숙 이화여대 총장을 비롯해 학교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김 총장을 비롯한 이화여대 관계자들은 김활한 초대총장의 친일행적에 대해 '사실이지만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며 '누구에게나 어려운 시기였기에 이화여대를 지키기 위해서 그런 것'이라는 취지로 학생들을 설득했다.
특히 학교 관계자들은 '팻말설치가 동문들 간의 논쟁과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라며, '학교 외부에서 친일 행위가 알려졌는데 내부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없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학교 관계자들은 기획단에 '한달 임시게시물이면 허가할 수 있다' '공과 과를 함께 담으면 심의에 통과할 수도 있다'라며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기획단은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기획단은 "일제 감점기 빼앗긴 나라를 찾기 위해 목숨까지 바쳤던 분들을 생각하면 조국과 민족을 팔아 자기 이익을 도모했던 친일행위는 어떤 이유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라며 "학교 관계자들의 발언에 깊은 유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기획단은 "간담회 내내 학교가 친일의 역사를 마주하고 바로잡으려는 의지가 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며 "친일파가 동상으로 기려지는 곳이 아니라 지난 친일의 행적을 뼈아프게 성찰하고 성숙한 지성의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