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의 젊은 변호사 J씨(35)는 지난 5월경 '라임 사태 관련자의 변론을 맡아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알고 보니 J변호사가 맡아야 할 피의자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사회적으로 이목이 집중되는 큰 사건을 맡게 된 J변호사는 처음엔 두말할 것도 없이 맡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는 몇 분 뒤 단칼에 사건 수임을 거절했다.
"검찰하고 세팅이 끝났어요. 변호사님은 (피의자가 검찰청에 갈 때)같이 왔다갔다해 주시기만 하면 돼요."
J변호사는 "정말 불쾌하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알고 보니 그런 연락을 받은 것은 J변호사뿐이 아니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 무렵 서울 서초동 법조계에서 비슷한 제안을 받았던 변호사는 확인된 것만 두세 명이 넘는다. 대체로 젊은 데다 경력이 그리 많은 것도 아니라서 대형사건을 혼자 맡기에는 벅차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변호사 물색도 김 전 회장 측이 아니라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 A씨가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라임사태 핵심 피고인인 김 전 회장이 언론에 보낸 입장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때 주임검사"이자 "윤석열 라인 핵심"으로 지목했던 바로 그 변호사다.
그러니까 "사건 세팅이 끝났다"는 A변호사 말은 허언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직 검찰고위직인 A변호사 자신을 대신해 현장을 다니며 말 그대로 '변론하는 척' 해줄 '어쏘(대리) 변호사'를 찾고 있었던 셈이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J변호사 같은 사례는) 변호사업계에서는 꽤 알려졌던 이야기"라면서 "처음에는 검찰 고위직 전관 변호사의 '갑질'이나 '예의 없는 행동'이 낳은 다소 황당한 에피소드 정도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나중에 실체를 알고 다들 놀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http://www.ajunews.com/view/202010181430217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