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고사실 책상에 '가림막'을 설치한단 정부 방침에 반발 여론이 여전히 거세다. 가뜩이나 책상은 좁고 시험지는 큰데, 가림막까지 세우면 크게 방해된단 것. 시험볼 때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닌데 납득이 안 된다며 '탁상행정'이란 비판도 나오고 있다.
수능 시험지 크기는 가로 27cm, 세로 39cm 남짓. 고등학교 책상 크기가 다 다르지만, 시험지를 펼치면 대체로 꽉 찬단 후기가 많았다.
여기에 가림막을 설치하면, 쓸 수 있는 책상 세로 길이가 약 9cm 정도 더 줄어든다.
그러니 시험지를 자유롭게 넘길 수 없다. 가림막 아래 틈에 넣어도 마찬가지다. 넣었다 뺐다를 반복해야 한다.
그럼 어떤 문제가 생길까. 고3 수험생 김성규군(19)은 "특히 듣기평가를 할 땐 시험지를 넘겼다 돌아왔다를 자유롭게 반복해야 하는데, 심각하게 방해가 될 것 같다"고 걱정했다.
또 다른 고3 수험생 이모양(19)도 "국어 영역 같은 경우 지문이 길어서, 접으면 문제를 풀 때 굉장히 불편해진다"며 "수험생들 입장에서 고려하지 않는 정책에 화가 난다"고 했다.
방역 때문이라는 수능 가림막의 효용성이 없단 의견도 많았다.
수능 시험을 볼 때 대화하는 것도 아닌데 왜 가림막을 설치하냐는 것. 재수생 박모씨(20)는 "시험 시간엔 다들 말없이 시험만 보는데, 비말이 왜 튀느냐"며 "마스크도 쓰고 있는데 가림막까지 설치하는 걸 납득하기 힘들다"고 했다.
특히 쉬는 시간 화장실을 가거나, 점심 시간에 밥을 먹는 등 어차피 가림막으로 막을 수 없는 활동이 다수 발생할 수밖에 없단 게 중론이다. 장시간 마스크를 착용하는데, 가림막까지 신경써야 하는 불편함에 대한 토로도 많았다.
이에 청와대 홈페이지엔 "가림막 설치를 반대한다"는 청원이 다수 올라왔다. 관련 청원들은 약 1만4000여명의 지지를 받았다.
수험생들 사이에선 가림막을 대신할 수 있는 해법도 제시되고 있다. 주로 나오는 건 △점심 시간에만 가림막 설치 △책상 간격 확대 △쉬는 시간마다 환기 △KF 수준 마스크 의무화 등이다.
수능 가림막을 그래도 강행할 거면 "그럼 시험지 크기라도 줄여달라"는 의견까지 다수 나오고 있다. 넘기는데 방해되지 않게 배려해달란 얘기다.
그와는 별개로, 온라인상에선 불안한 심경을 겨냥한 '수능 가림막' 판매도 활발하다. 가격은 2만5000원 남짓이다. 한 판매 사이트에선 "칸막이를 경험하지 못하면 긴장하거나 당황할 수 있다"며 구매를 독려했다. 이에 수험생·학부모들이 구매한 뒤 "불안해서 미리 연습해봤다"고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수능 가림막 논란과 관련한 지적에 교육부 관계자는 16일 발표한 방역 지침에서 "칸막이 하단으로 시험지가 통과할 수 있게 했고, 시험지를 양쪽으로 펼치거나 세로로 접어 활용할 수 있게 했다"고 답변한 바 있다.
http://news.v.daum.net/v/202010181529216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