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v.daum.net/v/20180909185231629?rcmd=rn
상사 구두에 손가락 넣고 승승장구?..과잉의전 강요하는 한국문화
‘이동시엔 귀빈으로부터 좌전방 1보 거리를 유지한다. 시선은 귀빈의 표정과 진행방향을 볼 수 있는 45도를 향한다. 이어지는 테이프 절단식에 앞서 흰 장갑을 전달할 때는 오른쪽 장갑이 위로 올라가도록 한 뒤 손목 부분이 보이게 전달한다….’
이벤트 전문회사에 입사한 첫 날, 부장님은 제게 ‘행사 의전 기본 매뉴얼’이라고 적힌 책 한 권을 건네셨습니다. 장편소설 한 권 분량의 이 문서에는 ‘귀빈’의 서열판단 기준부터 안내방식, 자리배치는 물론이고 꽃장식의 방향까지 적혀 있더군요.
“요즘 이런 걸 따지는 사람이 누가 있어요? 이 매뉴얼을 꼭 따라야 해요?” 부장님께 ‘유연한 의전’을 건의하자 바로 불호령이 떨어졌어요. “자네 미국사람이야? 한국에서 이런 걸 지키지 않으면 일감 끊기는 건 시간문제라고!”
다른 회사에 다니는 친구에게 고충을 토로하자 웬걸, 친구조차 부장님 편을 들더군요. 자기 회사에서도 ‘일 못하는 놈은 용서해도 의전 안 챙기는 놈은 용서받지 못한다’면서요. 이런 과도한 의전도 예절의 일부인 건가요?
대학원 졸업생 박지훈(가명·32) 씨는 일찍이 20대에 ‘의전의 달인’이 됐다. 연구실 조교 생활을 하며 ‘교수님 의전 매뉴얼’을 완벽히 익혔기 때문이다. 박 씨는 “한국의 대학원생에게 연구보다 중요한 게 교수님을 잘 모시는 것”이라며 “교수님이나 그 가족들 공항에서 태워오기, 자녀 숙제 돕기, 교수님이 좋아하는 간식 준비하기 등은 기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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