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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을 '괴물'로 키운 교사의 반성문

  • 작성자: 087938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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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1919
  • 2020.10.12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82928&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의대생 제자와의 통화

"올해 의사고시를 치르지 않으면 저희도 피해를 입겠지만, 정부가 더 큰 타격을 받게 될 걸요. 당장 의사가 부족해지면 농어촌 등 의료 취약 지역이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될 겁니다. 정부가 이를 수수방관할 수 없을 테니, 적당히 '밀당'하다가 구제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겠죠."

수화기 너머 의대생 제자의 목소리는 사뭇 당당했다. 자칫 1년을 허송하게 될지도 모른다며 위로를 건넬 요량이었는데, 그다지 불안해하는 기색을 느낄 수 없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 여론의 관심도 식어갈 테고, 결국 이번에도 정부가 양보하게 될 거라는 이야기였다.
의대생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할 거라면서, 시간은 자신들의 편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의 말에 어안이 벙벙해서 뭐라 대꾸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쯤 되면 공감 능력이 없는 거다. 타인의 고통에 대해 무관심한 이들을 어찌 의사라 부를 수 있을까.
거칠게 말해서, 언제든 생명을 볼모로 삼을 수 있는 그들은 우리 사회의 '갑 중의 갑'이다. 정부가 아무리 을러대고 비난 여론의 뭇매를 맞아도, 그들에겐 전혀 괘념치 않을 힘이 있다. 비록 뒤에서는 욕할지라도 병원에서는 누구든 자신들 앞에 '을'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 진료 거부 사태로 의대생과 전공의는 물론 의사 집단 전체가 욕을 먹긴 했어도,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인기는 오히려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한다. 정부의 정책조차 무력화시킨 무소불위의 힘을 두 눈으로 확인한 터다. 변호사나 국회의원보다 의사가 낫다는 말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해고 노동자는 공장 굴뚝에 올라 수백 일 동안 목숨을 걸고 농성을 해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던 정부가, 한낱 의대생의 몽니에도 움찔거리는 걸 보면, 이 세상에 의사만 한 직업은 없는 것 같아요. 평균 한 달 월급이 1400만 원이라던데, 의사는 부와 권력을 다 가진 셈이네요."

의사들의 진료 거부를 지켜본 고3 한 아이의 뼈를 때리는 지적이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해고 노동자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반면, 의대생은 응당 치러야 하는 시험만 거부하면 해결되는 현실이 정상이냐고 되물었다. 그의 질문에 뭐라 답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쭈뼛거렸다.
아닌 게 아니라, 그들의 위세 덕에 의대와 치대는 'SKY'를 누르고 학벌 구조의 최정점에 올라섰다. 적어도 'SKY'로 대표되는 최상위권 대학의 위상이 의치대에 밀려서인지 예년만 같지 못하다. 요즘 아이들 사이에 회자되는 학벌 서열은 의치대부터 시작된다.
의치대면 지방대라도 학벌 서열 최상위에 자리한다. 의치대에 진학할 거라면 굳이 서울로 올라갈 필요가 없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어차피 입학과 동시에 의사는 떼놓은 당상인 데다, 마음만 먹으면 나중에 언제든 서울에서 살 수 있으니 시작부터 아등바등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SKY' 공대와 지방 사립대 의대 중 아이들은 어느 곳을 최종 선택할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적잖이 고민스러웠을 테지만, 지금은 단 1초의 주저함도 없이 의대를 택한다. 하긴 이런 '행복한 고민'에 빠질 수 있는 아이들은 기껏해야 100명 중 한두 명이 될까 말까다.
그들의 생활기록부를 보면 면면이 화려하다. 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 말마따나, '학창 시절 매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공부에 매진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들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12년 동안을 단 한 번 '삐끗한' 적 없이 최상위권을 독점해왔다.
오로지 의대 진학을 위해 단 한 순간도 곁눈질하지 않고 오로지 시험공부에만 매몰된 그들은 부지불식간에 '괴물'이 돼버렸다. 대개 공부를 잘하는 아이일수록 자신의 잇속만 차리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자신의 능력과 시간을 당최 공부가 서툰 친구들과 나누려 하지 않는다.
일분일초 허송하는 법 없이 스스로 채찍질해가며 매사 열심히 공부하지만, 시간도 노력도 모두 자신을 향해 있다. 경험상 그들은 모둠 활동에 소극적이고, 친구들과 함께 수행해야 하는 프로젝트 과제에 대해 불만이 많다. 그들은 다른 친구들로 인해 감점되는 걸 못 견뎌 한다.
혼자서는 잘하지만, 함께 하는 일에는 젬병인 경우가 많다. 물론, 생활기록부에는 그렇게 기재할 수 없다. 의대를 한 명이라도 더 진학시켜야 하는 학교의 입장도 그렇거니와, 학생과 학부모의 항의를 감당하기도 힘들다. 여담이지만, 대입 전형자료로 쓸 경우 성적을 제외한 생활기록부 항목은 비공개하는 게 옳다고 본다.
안타깝지만, 성적과 생활기록부에 기재될 내용의 양과 질은 정확히 비례한다. 곧, 최상위권 아이는 자연스럽게 최고의 인성을 지닌 인재가 된다. 수학을 가르치는 한 동료 교사는 이렇게 푸념했다. 생활기록부의 기록만 놓고 보면, 미래에 노벨상을 받을 아이가 한둘이 아니라고.
'공부가 가장 쉬웠을' 그들에게 사람들을 평가하는 잣대가 시험 성적일 수밖에 없는 건 당연지사다. 지금껏 그들이 존재를 인정받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한 아이는 자신의 이름보다 '전교 1등'으로 불리기를 바랐고, 다른 아이는 의대에 갈 수 있다면 고문을 당해도 좋다고까지 했다.
그들은 '승자독식'이라는 단어에 별 거부감이 없다. 오히려 무한경쟁에서 승리한 대가로서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어릴 적부터 무한경쟁을 내면화한 그들에게 공감 능력을 기대하는 건 무망한 짓인지도 모른다. '아니꼽거든 네가 이기면 된다'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그들이다.
그들의 뿌리 깊은 특권 의식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시나브로 길들어졌다. 그들의 부모는 부추겼고, 교사는 묵인했으며, 우리 사회는 방치했다. 이번 진료 거부 사태에서 보듯, 그들의 아집과 독선은 고스란히 애꿎은 국민의 피해로 돌아온다. 그런데도 그들은 여전히 호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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