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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오취리는 잘못이 1도 없다.txt

  • 작성자: 베른하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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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1755
  • 2020.08.10
기자의 눈] 한국은 교육에 더 힘써야 하고, 무지를 방치하면 안된다


샘 오취리 씨의 사과문을 보니 씁쓸한 기분이 가시지 않는다. 오취리 씨의 행동에 잘못된 부분이 전혀 없었는데도 그는 결국 사과해야 했다. 연예인의 숙명이지 싶다.

(중략)

오취리 씨를 비난한 사람들이 비난의 근거로 든 것은 대강 이러하다. '뭘 모르는' 어린 학생들의 초상권을 침해했다는 것, "다른 문화를 조롱하지 않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한국 교육'을 비하했다는 것, 'teakpop'이라는 '케이팝 가십'을 의미하는 태그를 달아 외국인들에게 한류문화의 어두운 면을 부각시키려 했다는 것 등이다. 여기에 '블랙 페이스'가 무슨 잘못이냐는 주장도 은근히 섞여 있다. 정곡을 찔리니 곁가지를 붙들고 말꼬리를 잡아 비난하는 식이다.


오취리 씨의 문장을 아무리 뜯어봐도 한국 교육을 비하하는 것으로 읽히지 않는다. '다른 문화를 조롱하지 않는' 교육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게 무슨 '비하'에 해당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오히려 한국 교육의 부족한 점을 지적했다. 그런데 '어디 감히 외국 출신 연예인이 한국에'라는 반격엔 속수무책이었나 싶다. 의정부고 학생들의 '블랙페이스' 분장 역시 이것이 인종차별적 행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발생한 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건 학교에서, 사회에서 잘 가르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군가 이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을 지적해 줘야 한다. 우리는 그렇게 조금씩 사회와 세계에 대해 알아간다. 그는 한국에 살고 있는 '소수자'로써 인종차별적 행위에 대해 해야 할 말을 정당하게 했을 뿐이다. 그리고, 한류 문화의 어두운 면을 들춰내면 안된다는 법이라도 있는 건가.

(중략)

오취리 씨를 향해 쏟아지는 반응들을 보고 있자면 여러 장면이 오버랩된다. 예전에 미국의 인종차별을 풍자할 때 곧잘 쓰이던 말이 있다. "나는 흑인의 인권을 존중한다. 단, 그들이 집 밖에만 나오지 않는다면." 인종차별에만 국한된 농담은 아니다. 이를테면 패미니즘을 대입해 볼 수도 있다. "패미니즘을 지지한다. 단 그들이 집 밖에만 나오지 않는다면."

이런 심리의 밑바닥에는 '내가 인종차별주의자라는 건 용납할 수 없다'는 게 작용한다. 동질성이 잘 확립된 사회에서 평생 좋은 교육을 받고 나쁜 짓 안하고 잘 살아온 나에게 '무지에 의한 실수' 하나로 인종차별주의자 딱지를 붙이는 건 용납되지 못한다. 일종의 방어 기제인데, 미국을 덮친 인종주의 '백래시'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칠 수 있는 자유를 빼앗겨 '해피 홀리데이'라고 말해야 하는 크리스천은 스스로 억압받는다고 느낀다. 회사의 남성 중역은 예전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던 일이, 지금은 성차별적 행위로 규정돼 자신의 자유가 제한받는다고 느낀다. 학교의 소수 인종 쿼터는 백인에게 역차별이고, 여성 전용 휴게실은 남성에게 역차별적이라고 한다. 정치적 올바름을 'PC 묻었다'는 말로 조롱거리 삼는다. 멀리 가지 않아도 이런 사례는 꽤 많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정규직에 역차별적이라도 느끼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지 말라'고 외친다.

이제 소수자들은 그들의 '소수자성'마저 다수자에 빼앗길 지경이 됐다. 한국 사회의 소수자 오취리 씨는 표현의 자유를 빼앗겼고, 또다른 인종차별적 폭력에 난도질 당했다. 그리고 대중은 그에게 기어코 사과를 받아냈다. 연예인의 숙명이라 치기에도 너무 가혹하다.

(중략)

지금 이 글도 어쩜 '인종주의적 편견'으로 보여질 수 있을 것이다. '화이트 세이비어(백인이 비백인을 구원하는 것. 일종의 '위선적 인종차별'로 읽힐 수 있는 행위다.)'랄지, '한국인의 짐'이랄지, 혹은 (보잘것 있는 교양은 아니지만) '교양'을 쌓은 평균적 한국인의 위선을 만족시키기 위한 '자기 위안'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은 꼭 해야겠다. 나도 주장한다. 한국 사회는 다른 문화를 조롱하지 않고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무지를 방치해선 결코 안 된다. 오취리 씨, 당신은 전혀 잘못한 것이 없다.

http://naver.me/5FkNoZw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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