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을 앞둔 지난해 2월 “나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자신의 대선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이 주최한 성평등 포럼에서 “성평등은 인권의 핵심 가치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은 바로 성평등한 세상”라고 강조하면서였다.
문 대통령은 당선 뒤 ‘여성 장관 비율 30%’ 공약에 따라 초대 내각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5명의 여성 장관을 기용했다.
당초 공약에는 약간 못미치는 27.8%의 여성 장관 비율이었지만 역대 어느 정부보다 월등한 여성 우대였다.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등 ‘최초’ 타이틀을 얻은 여성 고위직도 이어졌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과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청와대가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뽑은 전문임기제 직원 6명 전원도 여성이었다.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당시 “그동안 관행대로라면 이런 결과가 안 나왔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 범죄 대응에도 적극적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국무회의에서 “몰래카메라 영상물을 유통시키는 사이트에 대해서는 규제를 강화하고, 영상물 유포자에게 기록물 삭제 비용을 부과하는 등 전방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시했다.
이후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 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5월 청와대 오찬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선물했다.[중앙포토]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선물한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도 읽었다고 한다.
이 책은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 의식을 대중화하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이처럼 역대 정부와 비교해 가장 친여성적 성향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 여성계가 문재인 정부에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발단은 지난 3일 국무회의 발언이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홍대 몰카 사건 수사가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 가혹한) 편파 수사라는 말은 맞지 않다. 남성 가해자가 구속되고 엄벌이 가해지는 비율이 더 높았다”고 했다.
여성학자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이) ‘편파수사’라는 개념 자체를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며 “여성들의 구조 전반에 대한 분노를 청와대 측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워마드·여성시대 등 여성 전용 커뮤니티에선 “문재인 정부는 희대의 기회주의자” 등의 수위 높은 비난이 쏟아졌다. 같은날 청와대 청원 게시판엔 ‘페미니스트 문재인은 사과하라’라는 글이 올라왔다.
급기야 7일 혜화역 시위에선 문 대통령을 향해 “재기해”라는 구호까지 나왔다.
‘재기해’는 2013년 7월 투신 자살한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으라는 극단적 표현이다.
일부 참석자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표방해 여성 표를 가져간 뒤 우리를 실망시켰다”고 외쳤다.
지난 7일 서울 대학로에서 불법 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가 열리고 있다. [뉴스1]
이뿐만이 아니다.
여성계는 과거 자신의 책을 통해 여성 비하 논란을 일으킨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도 반(反)여성적으로 보고 있다.
탁 행정관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여성 의원들과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의 경질 요구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런 논란 속에서 10일 법원은 ‘여성 비하 표현 논란’을 소재로 다룬 여성신문의 기사로 인해 탁 행정관이 피해를 봤다며 여성신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탁현민)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자 여성학자 권김현영씨는 페이스북에 “너무 화가 나는데, 놀랍지는 않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9일에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각 군의 성(性)고충 전문 상담관과 간담회를 하면서 “여성들은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해 논란을 자초했다.
페미니즘 정부를 표방하면서도 말 한 마디에 여성들의 신뢰를 잃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장필화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이번 정부는 역대 정부와 비교해 여성의 목소리에 가장 귀를 기울일 것 같은 정부로 보여진다”며 “그래서 기대가 큰 만큼 비판의 목소리도 크게 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게 니들 페미의 한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