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 실세인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 인턴의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불법 특혜 채용과 관련해 감사원과 검찰 조사에서 최 의원의 청탁 의혹을 줄곧 부인해온 박철규 당시 중진공 이사장이 21일 법정에서 “최 의원이 그냥 (합격)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지난 1월 최 의원을 무혐의 처리한 주요 근거였던 박 전 이사장의 진술이 뒤집힌 셈이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에 대한 재수사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지난 1월 ‘최경환 인턴 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박철규 전 이사장과 권태형 전 운영지원실장 등 4명만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 조사에서 최 의원의 청탁 여부는 2013년 8월 1일 최 의원과 박 전 이사장의 독대 내용을 둘러싼 진술이 핵심 쟁점이었다. 권 전 실장은 독대 후 만난 박 전 이사장으로부터 “최 의원님이 ‘(황씨는) 내가 결혼을 시킨 아이’라고 하는데 잘해봐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 전 이사장은 ‘최 의원이 결혼시킨 아이’란 표현은 “어디선가”에서 듣고 본인이 만들어낸 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황씨건으로 최 의원을 찾아간 것은 맞지만 실제 만남에서는 중진공을 많이 도와줘서 고맙다는 말만 하고 나왔다”며 최 의원의 청탁은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후 최 의원에 대해 서면조사만 실시한 후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나 박 전 이사장은 이날 수원지법 안양지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기존의 진술을 180도 번복했다. 박 전 이사장은 검찰과의 신문에서 “(독대 당시) 사실을 말씀드렸다. 황씨가 2차(전형)까지 올라왔는데 외부인원이 강하게 반발한다. 불합격 처리하는게 좋겠다”고 최 의원에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내가) 결혼도 시킨 아이인데 그냥 (합격)해. 성실하고 괜찮은 아이니깐 믿고 써보라고 했다”고 말했다고 박 전 이사장은 진술했다.
박 전 이사장은 검찰 조사와 달리 진술을 번복한 것에 대해 “그 당시 심신이 많이 다쳤고 다리도 짚고 여러가지 지친 상태였고, 그걸 말한다고 ‘상황이 뭐가 바뀐다’고 생각한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박 전 이사장은 영남대를 나와 행정고시에 합격해 기획재정부 대변인·기조실장을 역임한 후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중진공 이사장을 지냈다.
앞서 최 의원의 지역구인 경북 경산 지역사무소 인턴으로 일했던 황씨는 2013년 중진공 하반기 채용에 지원했다. 황씨는 서류전형에서 탈락 범위인 2140등을 하자 중진공 직원들이 점수를 조작했다. 출신 학교·어학 점수를 올려도 176등으로 합격권에 들지 못하자 중진공은 전체 채용 정원을 늘려 합격 처리했다. 이후 인·적성 검사에서도 164명 중 ‘꼴찌’로 탈락하게 되자 이 결과도 조작했다. 최종면접에선 외부위원이 “질문을 못 알아듣고 답변을 제대로 못한다”며 일부 외부위원이 반발하면서 그는 2013년 7월 31일 최종 불합격했다. 그러나 박 전 이사장이 이튿날인 8월 1일 국회에서 최 의원을 독대한 이후 황씨는 이튿날 합격자로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