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의원이 23일 오후 대구 동구 용계동 사무소에서 새누리당 탈당 및 무소속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6.03.23 김인철 기자 yatoya@focus.kr |
(대구=포커스뉴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23일 "저의 오랜 정든 집을 잠시 떠나 정의를 위해 출마하겠다"며 16년간 몸담아 온 새누리당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유 의원은 24일부터 시작되는 후보자등록을 한 시간 앞둔 밤 11시 지역구인 대구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지자들의 함성과 함께 선거사무소에 도착한 유 의원은 살짝 떨리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준비해온 탈당 선언문을 읽어 내려갔다. 유 의원 뒤로는 '대구의 힘! 대구의 미래!'라고 적힌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있었지만 새누리당 로고는 보이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유 의원은 "마지막까지 제가 고민했던 건 저의 오래된 질문,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였다"며 "공천에 대해 당이 보여준 모습은 정의‧민주주의‧상식‧원칙이 아닌 부끄럽고 시대착오적인 정치 보복"이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정체성 논란을 일으켰던 2011년 전당대회 출마선언문과 지난해 4월 국회 원내대표 연설에 대해 "몇 번을 읽어봐도 당의 정강정책에 어긋난 내용은 없었다"며 "오히려 당의 정강정책은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를 추구하는 저의 노선과 가치가 옳았다고 말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체성 시비는 개혁의 뜻을 저와 함께한 죄밖에 없는 의원들을 쫒아내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며 "공천을 주도한 그들에게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애당초 없었고 진박‧비박이라는 편 가르기만 있었을 뿐"이라고 친박계를 겨냥했다.
유승민 의원이 23일 오후 대구 동구 용계동 사무소에서 새누리당 탈당 및 무소속 출마 기자회견전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6.03.23 김인철 기자 yatoya@focus.kr |
이날 유승민 의원은 헌법 1조2항을 인용하기도 했다.
그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는 없고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힘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라 원칙이 지켜지고 정의가 살아있고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또 소위 '친(親)유승민계'라는 이유로 공천에서 탈락한 의원들에 대해 "저와 뜻을 같이 했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경선기회조차 박탈당한 동지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며 "이분들은 우리 당을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로 개혁하기 위해 헌신의 힘을 다 해온 분들"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제가 이 동지들과 함께 당으로 돌아가 보수 개혁의 꿈을 꼭 이룰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뜨거운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유승민 의원이 23일 오후 대구 동구 용계동 사무소에서 새누리당 탈당 및 무소속 출마 기자회견에 앞서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6.03.23 김인철 기자 yatoya@focus.kr |
이날 유승민 의원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선거사무소 당직자 및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유 의원과 포옹을 나눈 열렬 지지자 중 일부는 흐느끼거나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취재진들이 '탈당 결정 전 당 지도부와 교류가 있었는지' '무소속 연대를 시사하는지' 등 여러 질문을 던졌지만 유 의원은 "오늘은 일문일답 안하는 걸로 하자"고만 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온 유 의원에게 지나가던 시민들이 "의원님 힘내세요" "권력은 국민한테 나옵니다" "사랑합니다. 잘 될 거에요" 등 격려와 응원을 보냈다.
유 의원은 차량에 탑승하기 전 잠시 동안 사무소 앞에 머무르며 이들 모두에게 고개 숙여 화답했다. 유 의원 입에선 쉬지 않고 "예예. 고맙습니다"라는 감사 인사가 흘러나왔다.
이날 유 의원 측은 11시20분쯤 대구시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유 의원이 사무소에서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동안 대리인이 직접 시당에 들러 탈당계를 접수했다.
유 의원은 이르면 내일 오후부터 무소속으로 선거운동에 나설 예정이다. 사무소 관계자는 "예비후보로 신분을 바꿔야 해 출근길 인사는 하지 못한다"며 "오전에 마무리하고 이르면 내일 오후부터 공개 외부활동을 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디서 첫 외부활동을 하는지에 대해 이 관계자는 "예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 24, 25일 이틀간 진행되는 후보자 등록에 대해서는 "준비하면 빨리할 수 있을텐데 준비를 빨리 못해서"라고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