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권재희 씨가 2019년 6월 8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28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에 참석해 국화를 들고 아버지 故 권재혁 열사의 영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성수의 한국 현대사] 조작 간첩으로 사형 당한 '젊은 경제학자' 권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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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게 간첩으로 조작되어 가혹한 고문 끝에 사형을 당한 권재혁(1925-1969)의 딸인 배우 권재희는 대법원에서 사후 45년 만에 아버지에게 무죄가 선고되던 날을 이렇게 회상했다.
"대법원에서 아버지 무죄가 확정되던 날 온 가족이 부둥켜안고 통곡을 했습니다. 40년 넘게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살면서 담아둔 응어리가 한꺼번에 풀려 정신이 없었어요. '엄마 혼자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저려요. 저는 워낙 어렸으니 당시엔 내막을 몰랐지만 철저하게 조작된 사건이란 걸 알고 나서 저 또한 너무 힘들었고요."
배우 권재희는 아버지 권재혁이 지난 1969년 간첩죄로 억울하게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을 때 불과 7살이었다. 아버지가 사형당한 후 권재희는 우울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중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닐 때까지 비운에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쉽게 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대학 졸업 후 연좌제 때문에 취직도 어려웠다.
그가 배우의 길을 택한 것도 연좌제로 공직의 길이 막힌 상태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권재희는 지금도 평생 한으로 남아 있는 것이 부친의 명예가 회복되기 전까지 남의 이목 때문에 부친의 묘소조차 찾아가지 못한 것과, 또 부친의 옛 동지들이 부친 추도식을 지내는 것을 알게 된 뒤에도 한동안 그 앞에 나서지 못한 것이라고 회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