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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캅스 vs 공공의 적’ 무기 연기
“공공의 적, 현실에 있는데
누가 극장서 영화보겠나”
“‘공공의 적’이 청와대에 있는데 누가 극장에서 영화를 보겠나.”
강우석(사진) 감독이 2년여간 준비해온 21번째 연출작 ‘투캅스 vs 공공의 적’(가제)의 제작 포기를 선언했다. 이 영화는 강 감독의 대표작인 ‘투캅스’와 ‘공공의 적’의 이야기를 섞은 풍자 코미디물로, ‘해운대’, ‘국제시장’의 윤제균 감독이 시나리오를 썼고 안성기·박중훈(이상 투캅스), 설경구(공공의 적) 등 원작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캐스팅됐다.
1993년 1편이 제작된 투캅스는 비리를 밥 먹듯이 저지르는 고참 형사와 패기만만한 신참 형사가 파트너로 활약을 펼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2편까지 강 감독이 연출했으며 3편은 김상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또 2002년부터 2008년까지 세 편이 나온 공공의 적 시리즈는 열혈 형사와 검사가 존속살해범, 부패한 사학재단 이사장, 기업형 조직폭력단체 등 사회악을 응징하는 내용을 그렸다.
지난 여름 투캅스 vs 공공의 적의 시나리오 초고가 완성된 후 바로 캐스팅을 완료했고, 내년 3월 크랭크 인을 준비 중이었으나 강 감독이 최근 출연 배우들과 만나 제작을 접기로 결정했다.
18일 문화일보와 만난 강 감독은 “2년 전에 윤제균 감독이 찾아와 ‘한국을 대표하는 캐릭터 무비인 투캅스와 공공의 적을 붙여 시나리오를 쓰고 싶다’는 제안을 했고, 현시대에 맞는 통쾌한 코미디로 풀어낼 수 있다는 생각에 수락했다”며 “안성기, 박중훈, 설경구 씨 등 배우들도 시나리오를 보고 흔쾌히 출연을 결정해 일사천리로 진행돼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며 이 영화 이야기가 밋밋하게 다가왔다. 영화에 등장하는 ‘공공의 적’보다 현실의 인물이 더 세고, 시대 상황이 영화 속 세상보다 더 편파적이기 때문”이라며 “풍자가 현실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판단으로 영화 제작을 포기했다. 아예 덮을 수는 없으니 ‘무기한 연기’로 해두고 싶다”고 덧붙였다.
강 감독은 또 “이런 상황에서 내가 영화를 강행하면 기회주의자가 된다고 생각했다”며 “기본 시나리오에 청와대 이야기 등을 추가해야 하는 데 그게 영화적으로 와 닿지 않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제작 포기 소식을 접한 배우들도 안타까운 심경을 나타냈다. 강 감독은 “안성기 씨는 ‘아쉽지만 접는 게 맞다’고 말했고, 박중훈도 ‘지금 이 상황에서 풍자가 먹히겠냐’고 회의적인 생각을 밝혔으며 설경구는 ‘슬프다’고 토로했다”고 전했다. 그는 “당분간 쉬고 싶다”며 이번 일로 지친 마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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