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9일 동해상으로 발사한 탄도 미사일은 일본 상공을 지나 최대고도 550여㎞로 약 2700여㎞를 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탄도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한 것은 처음으로 파장이 예상된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오늘 5시 57분쯤 평양시 순안 일대에서 정체가 확인되지 않은 탄도미사일 1발을 동해 방향으로 발사했다”며 “이 미사일은 최대고도 550여㎞로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등 약 2700여㎞를 비행한 후 북태평양 해상으로 낙하했다”고 발표했다.
한국군 기준으로 사거리 1000∼3000㎞ 미사일은 중거리탄도미사일(MRBM)로 분류되지만, 비행거리가 2700㎞에 달한다면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급으로 볼 수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 9일 미군기지가 있는 괌에 대한 ‘포위사격’ 검토를 공언하면서 IRBM인 ‘화성-12형’ 여러 발을 괌 주변 해역에 떨어뜨릴 수 있음을 위협했다.
북한의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는 사거리를 과시함으로써 실제로 괌 공격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용이라고 주장하는 장거리 로켓은 1998년 일본 상공을 통과한 바 있지만, 탄도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지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합참은 “발사체 비행거리와 궤도 등 추가 정보에 대해서는 한·미 당국에서 공동 분석 중”이라며 “대통령에게는 관련 사항이 즉시 보고됐다”고 밝혔다.
합참은 “우리 군은 북한군의 추가 도발에 대비해 감시 및 경계태세를 강화한 가운데 관련 동향을 추적해 만반의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오전 7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소집했다.
군 관계자는 “일단 일본 상공을 지난 것 등을 감안하면 북한이 중거리급 이상의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도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 발사 탄도미사일이 홋카이도 동쪽 태평양에 3조각으로 분리돼 떨어졌다”며 “자위대에 의한 북 발사 미사일 파괴조치를 안했다”고 밝혔다.
NHK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오전 5시58분쯤 북한 서해안에서 미사일을 북동부(도호쿠) 지역 방향으로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전국순간경보시스템(J얼럿)을 발령했다.
NHK는 오전 6시 2분쯤부터 이 같은 일본 정부의 발표 내용과 홋카이도(北海道), 아오모리(靑森), 이와테(岩手)현 등 피난 지시가 내려진 지역을 반복해 알린 뒤 안전한 건물로 피난할 것을 당부했다.
방송은 오전 6시14분쯤 북한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는 단거리 미사일에서 중거리 미사일 발사 등으로 점차 도발 강도를 높여가는 살라미 전술 식 도발일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북한이 탄도 미사일 도발을 한 것은 지난 26일 강원도 깃대령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지 불과 사흘 만이다.
북한의 이번 탄도 미사일 발사는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에 대한 반발 차원에서 한반도의 긴장을 조성하기 위한 잇따른 도발로 보인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고강도 제재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박에 대한 반발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한·미 양국 군은 지난 21일부터 오는 31일까지 UFG 연습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