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저녁 7시 20분쯤이었습니다. 충북 청주시 주중동의 한 지구대 안으로 할머니 한 분이 급히 달려와 발을 동동 구릅니다. 밖에서는 놀란 기색이 역력한 할아버지가 세 살배기 손주를 품에 안고 어찌할 줄 몰라 합니다.
할아버지의 품에 안겨 우는 아이는 동전 크기의 '단추형 건전지'를 삼킨 상태였습니다.
지름 20mm 크기의 3V(볼트) 전압을 가진, 이 리튬 전지는 장난감 용품이나 TV 리모컨, 자동차 스마트키 등의 배터리로 많이 사용되는 건전지입니다.
노부부가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방에서 놀던 아이가 무심코 서랍을 열고 전지를 꺼내 입에 넣었던 겁니다.
■ 아이 식도에 걸린 '리튬 전지'…"소화기 점막 손상"
약 2시간 30분 동안의 소화기 내시경 시술을 통해 아이의 식도에서 꺼낸 회색 전지는 이미 검은 색깔을 띠며 부식이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아이를 치료한 이지혁 충북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전지가 부식돼 소화기 점막이 일부 손상됐다"며, "더 늦었다면 압력에 의한 괴사와 궤양이 생길 수 있고, 식도 등 장기에 구멍이 생기는 상황까지 일어날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엑스레이(X-RAY)로 아이의 소화기를 촬영한 결과, ‘상부 식도’에 걸린 전지가 발견됐다.
■ 영유아 '건전지 삼킴 사고' 잇따라…해마다 '60여 명' 꼴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 위해감시시스템에도 최근 10년 동안 해마다 적게는 50여 건, 많게는 80여 건의 영유아 '건전지 삼킴 사고'가 접수됐습니다. 해마다 평균 60여 명의 어린이가 전지를 삼키는 사고가 나고 있는 겁니다.
이 교수는 "전지가 위산과 반응해 화학적 화상을 입힐 수 있다"며, "상처가 난 부위에 균이 들어가는 2차 감염이 발생해 증상이 심해지면, 최악의 경우 패혈증으로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 "억지로 토하게 해선 안 돼…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옮겨야"
전문가들은 영유아가 무심코 전지를 삼켰을 때, 억지로 토하게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합니다. 이 과정에서 건전지가 소화기를 통해 올라오면서 2차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른 무릎에 아이를 엎드리게 한 뒤 머리를 아래쪽으로 낮춘 상태에서 등을 두드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최대한 빨리 소아 소화기 진료가 가능한 대형 병원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 교수는 "아이가 갑자기 '캑캑'거리면서 기침을 하거나 침을 흘릴 경우, 그리고 음식을 잘 삼키지 못하거나 통증을 호소할 경우에 이런 '건전지 삼킴 사고' 등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한국소비자원은 영유아를 키우는 가정에선 각종 가전제품이나 장난감의 건전지 덮개를 테이프로 고정시켜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또 새 건전지는 보이지 않는 곳에 보관하고, 다 쓴 건전지는 즉시 폐기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이가 보는 앞에서 전자 기기의 건전지를 교환하는 것도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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