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8세. 한창 부모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나이지만 보육원에서 자란 아이들은 무조건적으로 보육원 퇴소 후 자립을 해야 하는 시기다. 의식주는 물론, 모든 삶을 혼자서 개척해 나가야만 한다.
전국 278개 아동복지 시설에서 매년 만 18세가 되는 보육원 퇴소자들은 1,000명이 넘는다. 하지만 이들은 성인이 됐다는 기쁨도 잠시, 사회의 문턱에 들어서자마자 경제적 어려움을 직면하게 된다.
2015년 서울시에 거주하는 아동복지시설 퇴소자 중 취업을 못 한 경우는 무려 40%에 육박했다. 취업에 성공했더라도 임금이 월 150만원 이하인 경우가 6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긴급한 상황에서도 경제적인 도움을 받기 어려운 보육원 퇴소자에게 자립은 막막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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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에서 보육원 퇴소자들을 위한 자립정착금을 지원해 주고 있지만 서울 500만원, 강원도의 경우 100만원 남짓의 열악한 수준이다. 지자체의 사정에 따라 지역별 지원금액도 천차만별이다.
막상 서울에서 자립정착금 500만원을 지원받았다고 해도 이 돈으로 방 한 칸 구하기도 어렵다. 생활비라도 최대한 빨리 마련하고자 취업전선에 뛰어들지만 면접시 돌아오는 질문은 “누구와 함께 살고 있습니까?”, “가족은 어디에 있나요?" 등의 난처한 질문 탓에 곤욕을 치르기 일쑤다.
아동복지법 제 40조에 의해 보육원 퇴소자들에게 취업준비기간 또는 취업 후 일정 기간을 보호하는 ‘자립지원시설’이 마련됐지만 전국을 통틀어 12개소 뿐이다. 정원은 385명으로 최장 5년간만 머무를 수 있는데 매년 77명의 공석으로 퇴소자의 7% 정도만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상록여자자립생활관 윤경옥 사회복지사는 “자립지원시설에 들어오고 싶어 대기하는 학생들도 많다”며 “만 24세가 되면 무조건 자립 생활관에서 퇴소를 해야 하는데 4년제 대학생들의 경우 졸업하면 1년밖에 자립을 준비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생활관 퇴소를 아쉬워한다”고 말했다.
보육원 퇴소자들을 위한 전세주택 지원도 있다. 만 23.5세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세임대입주자 모집에 신청해 당첨되면 1인당 7천 5백만원의 전세 지원금이 나온다. 연 2%의 이자(7천 5백만원 지원금 당첨시 매달 12만5천원)를 거주하는 동안 내면 된다.
하지만 경쟁률이 치열해 보육원 퇴소자 모두가 이 혜택을 받을 수는 없다. 또한 당첨됐다고 하더라도 집주인이 임대사업자등록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꺼리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사실상 보육원 퇴소자들이 체감할 만한 수준의 정부 지원은 찾아보기 어렵다. 관련 예산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서울시의 경우 보육원 퇴소자의 자립정착금, 직업훈련비 등의 예산은 2014년 55억원에서 2015년 48억원, 올해 47억원으로 2년 사이 12.7%가 줄어 약 8억 원이 감소됐다.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를 중심으로 시설 퇴소 이전에 요보호아동들이 자립에 필요한 기술과 자원을 획득해 독립된 삶을 살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진정한 자립을 위해 경제적인 도움 뿐만 아니라 직업과 관련된 훈련 프로그램이 구체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일본은 퇴소 후 자립지원의 일환으로 사후관리를 실시하는데, 이는 사회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가지 문제와 고민들에 대해 개별로 맞춤별 상담 및 도움을 주는 제도다.
경상남도청소년종합지원본부 허언정 상담사는 보육원 퇴소자들을 위한 자립 대책에 대해 “보육원 퇴소 후 취업이나 주거지가 불분명한 아이들을 위한 사회진입준비기관이 설립돼야 한다”며 “온전한 성인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경제적인 지원 뿐만 아니라 직업훈련, 취업연계를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그룹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