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원주=뉴시스】유자비 이재은 정윤아 홍지은 기자 = 6·13 지방선거를 보름 앞둔 29일 자유한국당 당대표와 중진의원 사이에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홍준표 대표와 4선 중진인 정우택 의원 간 지방선거에 대한 이견을 드러내며 설전이 오간 것이다. 정 의원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홍 대표에게 백의종군할 것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언쟁이 불거졌다.
정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당 지도부는 끝없이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당 지지율과 선거전략 부재의 책임을 지고 환골탈태해 '백의종군'의 자세로 헌신할 것을 호소한다"고 촉구했다. 사실상 홍 대표에게 2선 후퇴를 요구한 것이다.
그는 이어 "자가당착에 빠진 당의 모습과 정국오판으로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당 지도부가 설득력 있는 논리와 대안 제시 없이 무조건 반대하는 식으로 비쳐짐으로써 당의 미래지향적 좌표설정에도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국에서 헌신과 열정으로 뛰고 있는 수많은 우리 당 후보들이 현장에서 매시간 부딪히는 현실"이라며 "선거에 대한 도움은커녕 지원 유세도 기피하고 있는 것은 극도로 악화된 민심의 반영임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의원의 지적에 대해 홍 대표는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갈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홍 대표는 이날 오후 강원 원주에서 열린 '진짜민심을 듣는다! 어르신과 함께하는 정책간담회'에 참석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그 사람은 충북에서 유일하게 자기 지역 도의원 공천도 못 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며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갈 것"이라고 힐난했다.
이후 홍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정 의원을 겨냥해 "자신들이 망쳐 놓은 당을 살려놓으니 지방선거 불과 보름 앞두고 당대표 보고 물러나라고 한다"면서 "분란을 일으켜 지방선거를 망치게 하고 그 책임을 물어 나를 물러나게 하려는 심보"라고 거듭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갈 것'이라는 말도 다시 언급하며 "93년 4월 개혁을 추진하던 YS가 반개혁세력에게 던진 일갈이다. 참 갖가지 다한다"고 비꼬았다.
이처럼 현직 당 대표와 전직 원내대표가 논쟁을 벌이자 일부에서는 지방선거 직후 불거질 당권 경쟁에 사전 예고장을 던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차기 당권 주자 후보로 정 의원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홍 대표와 정면 승부를 보겠다는 도전장으로도 읽히기 때문이다.
다만 당내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지방선거가 불과 보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당권 도전을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중진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물론 당내에서 홍 대표에 대한 비판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선거에 올인 해야 할 때"라며 "아쉬움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