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가구 돌봄공백에 비상…가사도우미 50만명 안돼
국적에 상관없이 개방…비용 낮추고 女경제활동 촉진
경기도 성남 일대에서 가사도우미 연결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공급업체들에 작년 말부터 "아이돌봄 도우미를 연결해달라"거나 "일주일에 한 번씩 들러 청소를 해달라"는 요청이 부쩍 늘었다. 모 인력공급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가사·육아에 지친 주부들이 주 1~2회 서비스를 요청하는 경우가 오히려 많아졌다"고 말했다.
서울 목동에 사는 맞벌이 '워킹맘' 고 모씨(34)는 "돌 지난 아이를 맞아줄 보모를 구하는데 4~5개 업체에 전화를 돌려도 한국인은커녕 조선족 출신도 구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작년 코로나19 발발 이후 중국 동포들의 입국이 줄어들면서 아이돌봄·청소 등 가사일을 돌보는 가사도우미 인력난이 더 극심해지고 있으며 인건비도 치솟고 있다는 것이다.
10일 통계청 소비자물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가사도우미료 물가지수는 2015년(100) 대비 지난해에는 123.1로 23.1% 급등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가 5.4% 상승한 것에 비하면 4배를 웃도는 상승폭이다. 인력소개 업소들에 따르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육아만 전담하는 아이돌봄 도우미 월급은 한국인의 경우 한 달 평균 200만원 선이다. 청소 등 다른 가사일까지 같이 할 경우 30만~50만원이 더 붙는 게 일반적이다. 조선족 동포의 경우 이보다 평균 20% 정도 적은 금액을 요구하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엔 이 차이가 줄고 있다. 작년 기준 도시근로자(2인 가구 기준) 월평균 소득이 456만2535원인 것을 감안하면 아이돌봄을 맡길 경우 월소득의 절반 이상이 고스란히 가사도우미 비용으로 지불되는 셈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맞벌이 추정 가구 수는 약 505만가구인 반면, 가사도우미 인력 규모는 정부와 업계 추산 각각 15만명, 40만명에 불과하다. 이 같은 아이돌봄 등 가사도우미 비용 상승은 출산 기피와 여성 경력단절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고용노동부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와 관련된 연구 용역을 맡겼다. 조선족 동포·영주권 취득자·결혼 이민자 등 일부에만 허용된 가사도우미 취업을 일본·싱가포르처럼 국적에 상관없이 외국인에게 개방해 합법화하는 방안을 한국고용복지연금연구원에 맡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가사도우미 비용을 낮춰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촉진하자는 취지에서다.
문제는 늘어난 수요를 감당할 만큼 인력공급이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충격과는 별개로 가사·돌봄 분야가 '힘들고 고된 직종'이라는 인식 탓에 도우미를 하겠다고 나서는 인력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한 인력사무소 직원은 "과거에는 30·40대 여성 노동자가 가사도우미 시장으로 유입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최근에는 젊은 인력을 아예 찾아볼 수 없다"며 "기존 50대 이상 가사도우미조차 하나둘 일을 그만두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조선족 동포의 국내 취업 감소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계청의 '2020년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한국계 중국인(조선족) 취업자 수가 전년 대비 3만2000명 감소해 큰 폭(-9%)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가사도우미 서비스 자체가 고급화한 영향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별도 교육 없이 청소, 빨래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가사도우미가 업체에서 최신 가전기기 사용법과 청소 매너 교육 등을 받으면서 늘어난 투자가 요금 인상으로 전가되고 있다. 또 코로나19 국면을 겪으면서 생겨난 '방역 서비스' 등 이색 수요도 가사 서비스 요금의 평균 수준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지난달 2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가사근로자법(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도 향후 가사 서비스 비용 인상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가사근로자법'은 가사근로자의 근로자성을 법적으로 정하고, 연차휴가와 퇴직금, 3대 보험 등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법은 이달 말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던 노동자를 법의 테두리 안으로 데려오는 건 필요한 일이지만, 가사도우미 서비스의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 업계와 정부는 법 통과 이후 관련 비용이 각각 30%, 10% 정도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가 가사도우미 시장에 외국인 인력 활용방안을 검토하는 이유도 이 같은 비용부담을 낮춰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보장하려는 것이다.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그간 정부가 노동시장에서 사실상 '금기'처럼 문을 꽁꽁 걸어뒀다. 전형적인 내국인 일자리로 개방 시 민심에 영향이 큰 데다 일각에선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부유층의 전유물처럼 잘못 인식된 데 따른 여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하면 여성 사회활동과 출산율 제고 등에서 어느 정도 기대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http://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4791839
국적에 상관없이 개방…비용 낮추고 女경제활동 촉진
경기도 성남 일대에서 가사도우미 연결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공급업체들에 작년 말부터 "아이돌봄 도우미를 연결해달라"거나 "일주일에 한 번씩 들러 청소를 해달라"는 요청이 부쩍 늘었다. 모 인력공급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가사·육아에 지친 주부들이 주 1~2회 서비스를 요청하는 경우가 오히려 많아졌다"고 말했다.
서울 목동에 사는 맞벌이 '워킹맘' 고 모씨(34)는 "돌 지난 아이를 맞아줄 보모를 구하는데 4~5개 업체에 전화를 돌려도 한국인은커녕 조선족 출신도 구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작년 코로나19 발발 이후 중국 동포들의 입국이 줄어들면서 아이돌봄·청소 등 가사일을 돌보는 가사도우미 인력난이 더 극심해지고 있으며 인건비도 치솟고 있다는 것이다.
10일 통계청 소비자물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가사도우미료 물가지수는 2015년(100) 대비 지난해에는 123.1로 23.1% 급등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가 5.4% 상승한 것에 비하면 4배를 웃도는 상승폭이다. 인력소개 업소들에 따르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육아만 전담하는 아이돌봄 도우미 월급은 한국인의 경우 한 달 평균 200만원 선이다. 청소 등 다른 가사일까지 같이 할 경우 30만~50만원이 더 붙는 게 일반적이다. 조선족 동포의 경우 이보다 평균 20% 정도 적은 금액을 요구하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엔 이 차이가 줄고 있다. 작년 기준 도시근로자(2인 가구 기준) 월평균 소득이 456만2535원인 것을 감안하면 아이돌봄을 맡길 경우 월소득의 절반 이상이 고스란히 가사도우미 비용으로 지불되는 셈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맞벌이 추정 가구 수는 약 505만가구인 반면, 가사도우미 인력 규모는 정부와 업계 추산 각각 15만명, 40만명에 불과하다. 이 같은 아이돌봄 등 가사도우미 비용 상승은 출산 기피와 여성 경력단절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고용노동부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와 관련된 연구 용역을 맡겼다. 조선족 동포·영주권 취득자·결혼 이민자 등 일부에만 허용된 가사도우미 취업을 일본·싱가포르처럼 국적에 상관없이 외국인에게 개방해 합법화하는 방안을 한국고용복지연금연구원에 맡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가사도우미 비용을 낮춰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촉진하자는 취지에서다.
문제는 늘어난 수요를 감당할 만큼 인력공급이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충격과는 별개로 가사·돌봄 분야가 '힘들고 고된 직종'이라는 인식 탓에 도우미를 하겠다고 나서는 인력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한 인력사무소 직원은 "과거에는 30·40대 여성 노동자가 가사도우미 시장으로 유입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최근에는 젊은 인력을 아예 찾아볼 수 없다"며 "기존 50대 이상 가사도우미조차 하나둘 일을 그만두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조선족 동포의 국내 취업 감소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계청의 '2020년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한국계 중국인(조선족) 취업자 수가 전년 대비 3만2000명 감소해 큰 폭(-9%)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가사도우미 서비스 자체가 고급화한 영향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별도 교육 없이 청소, 빨래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가사도우미가 업체에서 최신 가전기기 사용법과 청소 매너 교육 등을 받으면서 늘어난 투자가 요금 인상으로 전가되고 있다. 또 코로나19 국면을 겪으면서 생겨난 '방역 서비스' 등 이색 수요도 가사 서비스 요금의 평균 수준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지난달 2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가사근로자법(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도 향후 가사 서비스 비용 인상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가사근로자법'은 가사근로자의 근로자성을 법적으로 정하고, 연차휴가와 퇴직금, 3대 보험 등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법은 이달 말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던 노동자를 법의 테두리 안으로 데려오는 건 필요한 일이지만, 가사도우미 서비스의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 업계와 정부는 법 통과 이후 관련 비용이 각각 30%, 10% 정도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가 가사도우미 시장에 외국인 인력 활용방안을 검토하는 이유도 이 같은 비용부담을 낮춰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보장하려는 것이다.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그간 정부가 노동시장에서 사실상 '금기'처럼 문을 꽁꽁 걸어뒀다. 전형적인 내국인 일자리로 개방 시 민심에 영향이 큰 데다 일각에선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부유층의 전유물처럼 잘못 인식된 데 따른 여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하면 여성 사회활동과 출산율 제고 등에서 어느 정도 기대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http://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4791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