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 밀어붙여야”… "시대정신은 기득권 제한하고 공정한 사회 만드는 것"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대권 도전을 선언한 이재명 성남시장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을 통과시키고 종편까지 포함한 강력한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이 시장은 30일 언론광장과 전국언론노조, 새언론포럼, 자유언론실천재단이 주최한 연속 기획 '대선 예비주자에게 듣는다' 첫 번째 초청자로 나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당연히 필요하고 의지를 가지고 밀어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은 사장 선임 구조상 여당 추천 위원들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권의 언론장악 문제가 계속돼 왔는데 이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소야대 구조로 20대 국회가 출발했지만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은 논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
이 시장은 지난 2009년 언론 개악법 강행 처리 당시 장외 투쟁을 했던 경험을 언급하면서 "언론이 공정하게 국민과 국가를 위해 복무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영업의 자유와 재산권의 자유 등 보호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있지만 언론은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사회적 공기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지상파는 물론 종편까지 포함한 주요 언론의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지금은 거의 대부분 언론사들이 주요 기득 세력이 돼버렸다. 기득 세력 자체가 돼 버렸다. 강력한 책임이 부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시장은 이날 자리의 주최가 언론단체임을 의식한 듯 정치권력과 언론의 관계 등 언론 문제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데 주력한 모습이었다.
이 시장은 "사람들은 쉽게 판단을 바꾸지 않는다. 사람들은 주어진 객관적 정보가 쌓이면 거기에 따라 결론에 다다른다. 문제는 정보"라며 "편향적 언론이 노리는 것이 바로 이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시장은 "권한의 크기만큼 책임도 따라야 하는데 별종이 생겨났다. 권한과 책임은 같은 양이어야 한다. 암적인 존재들이 생겨났다"며 "(언론의)왜곡된 허위 정보로 국민을 현혹해서 발등을 찍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이 시장은 기성 언론의 일방적인 허위 왜곡 보도가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자기 주장을 실린 신문을 보게(끔) 하기 위해 돈도 주고 자전거도 주고 하지 않느냐. (저는 좋아요를) 한명 늘리면 소통 통로가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제 팔로워 숫자가 68만명 정도이고 가끔씩 잘하면 200~300만명으로 확산된다. 대안언론은 작지만 영향력이 오프라인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전파 라인이 큰 의미를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지금까지는 게이트 키핑이라고 해야 하나 필요한 정보만 언론이 전달해주고 비틀거나 허위 정보를 국민에 전달해서 조정하고 동원했다"면서 "그런데 수평적 네트워크가 가능해졌다. 그게 정보화 사회다. 위에서 뿌려진 정보 말고 자기들끼리 생산한 정보를 수평적으로 뿌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성 언론이 권언 유착이 돼 왜곡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지만 이미 인터넷을 통한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는 상황에서 쉽사리 정보 통제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SNS 대통령'이라는 별칭답게 이 시장은 인터넷을 통한 소통에 무게를 두고 여론을 주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언론 정책과 관련해서는 공영방송 구조 개선법에 대한 통과 의지를 강하게 밝혔을 뿐 구체적인 대안은 내놓지 못했다.
이밖에 이 시장은 사드 배치를 포함한 대북 문제와 역사 인식 문제에 대해 소신을 밝혔다.
이 시장은 친일 세력 청산 문제와 관련한 질의를 받고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불합리와 불공정의 뿌리는 친일 매국 세력"이라며 "지금까지는 이들이 창피한 것을 알아서 쉬쉬했는데 이 사람들이 뻔뻔하게 고개를 들고 (당시)친일을 안 할 수 있는 사람 나와 보라고 한다. 역사의 퇴행이다. 단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국민적 합의에 따라야 하지만 명백한 친일 행위에 대해서는 확인하고 기록을 남겨야 한다. 그들이 가진 특별한 혜택도 소급 입법해서 박탈하고 싶다.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사드 배치와 관련해 "개혁 진영이 취해야할 태도는 반대 입장이다. 사드가 북한 핵의 방어 조치가 아니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안다"며 "북한 핵 미사일 문제도 압박과 제재로 상당기간 끌어왔는데 결론은 소위 대화 협력하는 시기보다는 훨씬 빠른 속도로 악화됐다는 것이다. 결국 대화와 교류다. 한반도에서 비핵화를 위해선 상호 공존이라고 하는 대원칙을 깨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재벌 문제와 관련해 "소유구조부터 중소기업 착취구조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된다. 재벌을 해체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해체 수준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백남기 농민 사망에 대해서도 정권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 시장은 "경찰의 무차별적인 폭력으로 생긴 일이다.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사회적 약자의 영역인 농업에 대한 정책적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시대정신이 뭐냐'는 질문에 "우리 사회의 기득권을 제한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런 엄청난 일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의 용기와 국민의 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포럼 주최 측은 이재명 시장을 시작으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등을 연속으로 초청해 생각을 묻고, 주요 대권예비주자들의 차별성을 선명히 드러내겠다는 계획이다.
행사를 주최한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내년 12월 치러질 대선은 우리나라 헌정 역사상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박근혜 정권이 이명박 정권에 이어서 8년 남짓 동안 국가는 물론이고 민족 공동체를 완전히 파탄으로 몰아넣었기 때문”이라며 “내년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낙하산 사장이 지배하는 공영언론을 민주화하고, 해직 언론인을 복직시키는 과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