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나 과일 농장을 운영하는 이들은 올해 수확기를 어떻게 넘길지 벌써 걱정입니다. 많은 농장이 잘 익은 과일 등을 딸 일손이 없어 썩게 놔둬야 했는데, 대형 슈퍼마켓 고객들이 신용도를 떨어뜨릴까 봐 쉬쉬하고 있을 뿐이에요.”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EU에서 영국으로 이주한 인원은 10만명으로 줄어,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미 영국에선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 감소에 따라 생산 기반을 해외로 옮기는 일이 확산하고 있다. 이들 이민자가 없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주는 도시가 있다. 잉글랜드 북부 해로게이트다.

인구가 7만5000명인 해로게이트는 좋은 학교와 예쁜 빅토리아식 주택들이 있고 인근 대도시와 근접성도 뛰어나 영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뽑히곤 했다. 2004년 이후 이 도시로 유입되는 유럽인들은 연간 200명 수준에서 800명 수준으로 급증했다. 현재 인구 10명 중 한 명이 외국 태생이다.

고급 레스토랑이 문을 열면서 다른 피자집 등에서 일하던 인력 100명을 데려가자 다른 점포들이 도미노처럼 영업에 차질을 빚는 지경이다. 이 지역의 실업률은 전국 평균보다 낮아졌고, 업주들은 최저 임금을 올려주면서라도 근로자를 뽑으려 하고 있다.

해로게이트는 이민자들에 대한 의존도가 특히 높은 도시였다. 온천지대라 요양원 등 복지서비스 기관이 많고 소매업에 의존하는 지역이어지만 마을 자체 노동력은 부족했고, 큰 대학이 없어 아르바이트 학생도 구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리서치 회사인 레이버 인사이트의 자료에 따르면 해로게이트에서 이 같은 환대 산업(Hospitality Industry) 관련 일자리 광고가 2016년 771건에서 지난해 1119건으로 증가했다.

일손이 달리자 일부 기업은 적응할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지역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사이먼 코튼은 침대 옆 탁자와 화장실 가구 등을 바닥에 놓지 않고 벽에 붙이는 공사를 했다. 바닥 청소를 더 빨리할 수 있게 해 청소 직원의 필요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산업용 식기세척기를 도입해 주방 설거지 인력의 공백을 메울 생각도 하고 있다.

10대 인력으로 눈을 돌리는 업체들도 나타났다. 이 지역 10대들에게 국가가 정한 최저임금보다 더 많이 주겠다며 끌어들이려 하는 것이다. 해로게이트 의회의 매튜 로버츠는 “앞으로는 나이가 많은 고령자도 뽑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에서 동쪽으로 2시간 반가량 떨어진 셋포드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5년 동안 폴란드를 중심으로 동유럽에서 8000명이 이주해와 정착하면서 이 도시의 인구를 2만7000명 가량 늘렸다. 하지만 브렉시트 투표 이후 파운드화 약세까지 겹치면서 이민자들이 빠져나가고 있다.

“그들이 나가면 누가 채소를 뽑을 건가요? 브렉시트는 이 나라가 한 가장 큰 실수입니다.” 루카니우크의 주장은 이민자를 싫어하지만 그 이민자가 사라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경험하지 못한 유럽의 다른 나라들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경고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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