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주점에서 소주 판매 증가
일본 맥주 테마 프랜차이즈 '울상'
인기 일본 음식점은 여전히 성황
같은 날 오후 11시 인근 인기 이자카야에는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불매 운동의 여파가 느껴지지 않았다. 룸(7개)은 모두 꽉 차 있어 각 방문 앞엔 손님들이 벗어둔 신발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다. 카운터 자리와 홀에 마련된 자리까지 거의 다 차 있었다. 이 주점 관계자는 “일본 맥주보다 소주를 많이 시키는 등 영향이 어느 정도 있다”고 말했다. 또 “원래 사케는 가격대가 있어 판매 비중이 작아 현상 유지되고 있다”며 “정확히 집계해보지 않았지만, 손님도 약간 줄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 외식 산업에선 일류(日流) 영향이 지속돼 왔다. 일본식 주점이나 정통 일식 외에도 일본식으로 해석된 이탈리아와 프랑스 요리, 가정식 등 일본 영향을 받은 업소가 많다. 일본을 테마를 한 음식점 중 유명한 곳은 불내운동에도 여전히 잘된다. 26일 점심시간 서울 광화문 D타워 유명 일본 가정식 음식점은 평소 때처럼 대기 줄이 길었다. 이날 오전 11시 30분이 지나자 사람이 몰리기 시작해 30분 이상 대기해야 입장이 가능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회사원은 “일본식이긴 하지만 이런 음식점까지 불매 운동 대상으로 삼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곳에서도 일본 맥주 판매는 꺼리는 분위기다.
불매 운동이 사회 곳곳으로 번지면서 어디까지가 합당한 불매운동인지에 대한 의견은 갈린다. 전국 택배연대노동조합은 24일 일본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 배송 거부를 하면서 ‘보이콧 재팬’ 동참을 선언했다. 택배노조는 “유니클로는 디자인에 전범기인 욱일기를 지속해서 사용해 온 대표적인 일본 기업”이라면서 “우리도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 행위를 규탄하며 유니클로 배송 거부 등 범국민적 반일 물결에 동참을 선언한다”고 발표했다. 택배노조는 유니클로 배송거부 인증사진과 함께 모든 조합원의 택배 차량에 일본의 경제보복 행위를 규탄하는 스티커도 부착한다는 방침이다. 전국 마트 노조에서도 이날 “일본 제품을 소비자에게 안내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방침에 대해 “소비자 주권을 해친다”는 지적이 있다. 한 쇼핑업체 관계자는 “택배 노조에서 배송되는 제품 중 어떤 것이 일본 제품인지 확인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실상이 이런데도 참여를 선언하는 것은 너무 보여주기식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는 일본 맥주 행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또 일본 맥주에 대한 신규 발주도 중단했다. 롯데마트는 26일부터 아사히ㆍ기린ㆍ삿포로ㆍ산토리, 에비스, 오키나와 등 일본 맥주 6종에 대해 발주를 중단한다. 다만 이미 들어와 있는 물량은 소진할 때까지 판매한다. 대형마트에서 아사히 맥주 할인 행사를 했다가 된서리를 맞은 영향이다. CU와 GS25, 세븐일레븐 등 주요 편의점들도 이 같은 움직임에 가세했다. 편의점 CU는 다음 달부터 수입 맥주 ‘4캔에 1만원’ 행사에서 일본 주류를 모두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대신 카스와 클라우드를 4캔에 1만원 판매하는 행사를 한다. GS25도 다음 달부터 수입 맥주 할인행사에서 일본산 제품을 제외한다. 또 일본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코젤과 필스너우르켈 제품, 미니 사케 판촉 행사를 중단했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 24도 수입 맥주 할인 행사 리스트에서 일본 맥주를 뺐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관계자는 “국민 정서를 생각했고, 점주들이 요청하는 경우도 있어 행사에서 제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