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1907171122011&code=920501
일본이 문제삼은 캐치올 수출통제 뜯어보니… 한국이 훨씬 엄격
남지원 기자 [email protected]
17일 산업통상자원부 설명과 일본 경제산업성 수출무역관리령 내용을 종합하면 한국과 일본은 모두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 가이드라인에 따른 캐치올(Catch all) 수출통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캐치올 제도란 수출통제 대상인 전략물자가 아니더라도 대량파괴무기(WMD) 등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높은 물품을 수출할 때는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돼 있는 제도다. 걸프전 등에서 전략물자가 아닌 품목이 무기 제조에 사용된 사실이 적발됨에 따라 전략물자 수출통제 제도의 보완조치로 도입됐다. 한국도 2001년 4대 수출통제체제에 가입한 뒤 2003년부터 캐치올 통제 제도를 도입했다.
일본은 지난 12일 한일 실무자급 양자협의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 “한국의 재래식 무기 관련 캐치올 제도가 불충분하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양국의 캐치올 제도 관련 제도를 살펴보면 오히려 한국의 통제범위가 더 넓고, 재래식 무기 관련 물품에 대해서도 더 엄격한 요건이 적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 2007년부터 법률에 캐치올 제도 근거 규정을 마련했지만, 일본은 법률에는 “국제평화와 안전유지를 위해 정령에 따라 수출 허가가 가능하다”고만 명시한 채 시행령에 포괄해 위임하고 있다.
통제 대상 품목은 유사하지만, 적용 요건을 비교해보면 한국이 일본에 비해 더 엄격하다. 일본의 경우 화이트리스트에 올라온 27개국에는 캐치올 규제를 적용하지 않지만 한국은 화이트국가에 수출할 때도 재래식 무기 전용 가능성을 알았거나(인지) 정부로부터 고지받았을 경우(통보) 등 두 가지 요건에 해당할 경우 수출 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북한,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 유엔 무기금수국에 수출할 경우에 일본은 인지, 통보 요건에 해당할 경우에만 수출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한국은 무기 전용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될 만한 근거(의심)만 있어도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유엔 무기금수국이 아닌 비화이트국가에 수출할 경우에도 일본은 통보 요건만 적용되지만 한국은 인지, 통보, 의심 요건이 모두 적용된다.
한국 정부는 일본에 캐치올 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협의를 통해 증거를 제시해달라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전달했지만 사실상 거부당했다. 산업부는 전날 국장급 협의회를 조속히 개최하자는 내용의 서한을 공식적으로 일본에 전달했지만 아직까지 답변이 없는 상태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리의 재래식 무기 캐치올 제도에 대해 일본이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면 언제든지 양자협의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일본이 조속히 국장급 양자협의를 수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의 전략물자 무역관리가 일본보다 우수하다는 미국 연구기관의 분석도 나왔다. 미국의 비영리 연구기관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가 최근 세계 200개 국가의 전략물자 무역관리 제도를 평가해 순위를 매긴 ‘위험행상지수(PPI:Peddling Peril Index)’를 보면 한국의 전략물자 무역관리 제도는 17위였고 일본은 한국보다 19단계 낮은 36위였다. 제도를 가장 잘 운용하는 나라는 미국이며 영국, 스웨덴, 독일, 호주, 싱가포르, 포르투갈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비확산 조약 체결 등 국제사회와의 약속, 전략물자 무역을 규제·감시하고 불법 거래를 방지하기 위한 법규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