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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수사 전후 ‘경영 동의권’ 관련 유리한 답변 수차례 요구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함께 세운 미국 바이오젠에 분식회계 의혹을 반박하는 취지의 서면 답변을 지난해 수차례 요구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젠에 요구한 서면 답변은 ‘경영 동의권’과 관련돼 있다. 경영 동의권은 삼성바이오가 2015년 4조5000억원가량 회사 가치를 부풀린 회계처리기준 변경의 주요 쟁점 중 하나다.
4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 측은 지난해 검찰과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조사하자 바이오젠에 경영 동의권과 관련된 서면 답변(Letter)을 수차례 요청했다. 합작 계약서에 명시된 경영 동의권에는 신제품 추가, 판권 매각, 구조조정 등 주요 10개 경영 사항을 삼성 측이 바이오젠 동의 없이 추진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삼성 측은 바이오젠에 경영 동의권은 실질적 경영 참여권이 아닌, 소수주주의 방어권에 불과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원했다. 검찰과 금융당국이 경영 동의권을 실질적 경영 참여권이라고 주장하는 부분을 반박하기 위해서였다. 바이오젠은 삼성 측 서면 답변 요청을 거절했다.
경영 동의권의 성격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의 쟁점인 회계처리기준 변경과 연관돼 있다. 삼성 측은 2015년 이전까지는 삼성바이오가 지분 85%가량을 확보한 삼성에피스를 단독지배했으나, 각종 호재가 이어진 2015년 이후 바이오젠이 갑자기 삼성에피스 지분을 추가 확보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주장한다. 이때 삼성바이오가 삼성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잃으면서 바이오젠과 삼성에피스를 ‘공동지배’하게 됐다고 말한다. 삼성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변동(단독지배→공동지배)이 일어났고, 이에 따라 2015년 회계처리기준이 변경돼 삼성바이오 가치가 4조5000억원가량 늘어났다는 것이다.
반면 검찰과 금융당국은 신제품 추가, 구조조정 등 주요 의사결정에 키를 쥔 경영 동의권이 실질적 경영 참여권이라고 본다. 삼성 측은 2014년부터 바이오젠의 경영 동의권을 삼성 측의 독자적 행보를 방해하는 독소조항으로 보고, 삭제하려는 협상을 지속적으로 시도했다. 삼성 측 관계자들은 검찰 조사에서 경영 동의권에 대한 기존 입장을 뒤집는 등 새로운 증거에 따라 모순되는 진술을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실질적 경영 참여권인 경영 동의권을 기준으로 2011년 삼성바이오가 삼성에피스를 세울 때부터 바이오젠과 공동지배를 했다고 본다. 검찰은 2015년에도 지배력 변동(공동지배→공동지배)이 없기 때문에 삼성바이오 가치를 4조5000억원가량 부풀린 회계처리기준 변경도 없었어야 한다고 본다. 검찰은 2015년 삼성에피스의 나스닥 상장이 실패한 근본적 이유도 삼성바이오와 바이오젠이 지배력 강화를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