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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業(업)이 20년째야, 걸릴 일은 없어" (분양권 불법 전매 현장 르포)

  • 작성자: 얼리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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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9.12


8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 신도시. 한 모델하우스에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전 평형 1순위 마감. 최고 경쟁률 64.27대 1. 보내주신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당첨자 발표 8월 31일. 계약일 9월 6일~8일]


모델하우스 입구에 검은 색 양복의 남자가 서 있다.

누군가 들어가려 하면 당첨자가 맞는지 확인한 뒤 입장시키고 있다.

모델하우스 주변에는 어림잡아 100명 넘는 사람들이 서성인다.

챙이 넓은 모자를 쓴 중년 여성, 금목걸이와 팔찌를 한 30~40대 남성. 일수 찍을 때 들고 다닐 법한 손가방을 옆구리에 낀 사람들. 누군가는 어디론가 전화를 한다.

누군가는 주차장 바닥에 분양 팸플릿을 깔아 놓고 열심히 들여다본다.

파라솔 친 간이 테이블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음료수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다. 그야말로 장이 섰다.



50대로 보이는 여성에게 다가갔다. 중개업자임이 분명하다. 대화는 가급적 그대로 살렸다.


- 아직 물건 안 나왔어요?
<이 곳의 분양권은 1년 간 전매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법적으로 나온 분양권이 있는지 묻는 것이다>
“나왔죠, 당연히. 가격은 층 따라 틀려”
- P가 얼마에요?

“몇 동 살지 정했어? 몇 층인지 (여러 가지 조건을) 맞춰서 해. 얼마 정도 생각하는데?”
<불법적으로 매물로 나온 다수의 분양권을 확보해 두고 있다는 뜻이다>
- 싼 게 좋죠.
“지금 1,500(만 원)짜리 있어. 1,2층은 싫어?”
- 그런데 (청약 경쟁률이) 60대 1이었다면서 P가 별로 안 붙었네요?
“지난주에는 4,5천(만 원)까지 갔지. 아니 5,6천 갔었어. 이쪽으로 와 봐요. 이 앞에서 하면 좀 뭐라고 그래”
<매수 의사를 보이자 중개업자는 주차장 외진 구석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누군가의 눈치도 보는 모양이다>


분양 아파트의 입지, 주변 시세, 주위에 들어설 학교와 관공서, 동 별 위치, 조망권, 왜 이 곳이 뜰 수 밖에 없는지 등 세세한 설명을 한참 동안 늘어놓았다.


- 가격은 싼 것 같네요.
<이 말이 실제 거주할 생각은 없다는 뜻으로 들렸나 보다>
“투자로? 투자로 해요, 그럼. 오늘이 계약 마지막 날이라 계약금 없는 사람들이 지금 싸게 내놔. 마지막 날은 원래 P가 적어. 튕기다가 급해져서 싸게 넘길 사람 찾기 때문에...”
- 네?
“(지난주) 당첨자 발표했죠. 그 직후 엄청 올랐어. 그런데 토요일, 일요일에 당첨자들이 계약금 없으니까 와서 다 풀어버린 거야. 그래서 가격이 처진 거예요”
<당첨자 발표 직후 분양권 프리미엄은 치솟았다고 했다. 계약일이 다가오면서 다소 떨어졌다. 계약 마지막 날에는 더 낮아졌다. 통상 분양가의 10%인 계약금을 낼 처지가 안 되거나, 애초 계약금조차 낼 생각이 없었던 당첨자들이 버티고 버티다가 매수자를 찾지 못하면 마지막 날에 가격을 확 낮춰 급매물을 내놓기 때문이다>
- 그럼 그 때 산 사람들은 열 받겠네요?
“그죠. 열 받지. 근데 (가격은) 모르는 거지. 내일 일을 우리가 알면...”


본격적인 가격 흥정에 들어갔다.


- 오늘 지나면 가격이 어떻게 돼요?
“계약금 다 들어가고 나면 지금 현재 금액에서 2,3천은 올라”
- 다시 올라요?
“그럼. 계약금 들어갔는데 이제 돈 들어갈 게 없잖아요. 그럼 이제 뻥뻥하게 금액 내놓지”
<계약금을 낸 당첨자 입장에서는 급할 게 없으니까 계약일 이후에는 다시 분양권 가격을 올린다는 뜻. 분양권 매물도 급격히 사라진다고 한다>
- 가격은 조금 더 깎을 수 있어요?
“1,500에서 1,2백 깎아서 뭐 하게? 이 사람들(당첨자들) (가격 네고가 안 맞으면) 성질 나서 찢어버리기도 해. 그런 경우도 진짜 있어요. 어휴, 그럼 하지 마요. (당첨자들이 가격 협상하다가 기분 나빠지면) 쫙 찢어버려, 찢어버려”
<몇 백만 원, 더 받자고 이런 분양권 거래를 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겠다>
- 오늘 지나면 정말 더 올라요?
“그렇지. 오늘까지 계약이 끝나면 바로 1,500에서 2,000 정도 확 뛰는 거예요. 이게 1,500에 사면 내일부터는 3천에 나오는 물건이에요, 3,4천에”


분양권을 사는 경우, 절차에 대해 물었다. 매수자가 분양 회사 계좌로 당첨자 대신 계약금을 송금하면 된단다. 당첨자에게는 따로 P를 보내줘야 한단다. 그러면 당첨자는 분양 회사에서 계약서를 받아와 매수자에게 건네준단다. 우리는 불법 전매에 대한 우려를 표현했다.


- 우리가 계약서 원본을 받아갈 수 있어요?
“응. 우리가 권리 확보 서류를 다 해드려요. 그 사람이 권리 주장을 할 수 없게끔. 인감 가져다가 권리 확보 서류에 찍어가지고, 그렇게 해서 다 완벽하게”
- 나중에 그 사람이 마음이 바뀌었다면서 ‘내가 당첨자니까 내 꺼야’, 이러면요?
“권리 확보 서류 있잖아. 인감도장 다 찍어주잖아”
- 서류 가지고 있으면 안전한 거예요?
“분양 카드 다 가지고 있잖아. 분양 카드 재발급 안 돼. 그 사람은 돈 받고 이미 팔았는데 어떻게 권리 행사를 해?”


분양권 거래는 처음이라며 계속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 정말 안 걸려요?
“어디, (당첨자가) 팔았다고 얘기하고, (매수자가) 샀다고 얘기하나? 괜찮아요. 내가 구리시에 50년 살고 있어. 응? 걸리고 그런 거 없었어요. 이 업(業)이 지금 20년 째야. 그런 거(단속 되는 것) 있으면 우리가 이렇게 일해? 못 해요”


누군가는 운 좋게 청약에 당첨돼 일주일 안에 4, 5천만 원을 벌었을 테다. 누군가는 운 좋게 거래를 성사시켜 건 당 몇 백만 원의 수수료를 챙겼을 것이다. 누군가는 청약에서 떨어져 웃돈을 주고 분양권을 샀을 테다. 그 중에는 자신도 2차 차익을 기대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내 집 마련 기대를 다시 접었을 테다. 전월세를 알아보거나 좀 더 멀리 떨어진 외곽 지역의 부동산 중개업소를 전전하고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누군가는 청약이나 분양권 매매를 해 볼 엄두도 못 낸 자신을 책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벌어지고 있는 비정상이다.

최근 5년 간(2011~2015년) 각 지자체가 이동식 중개업소(일명 ‘떴다방’)를 단속한 뒤 행정 조치를 취한 결과는 이렇다. 등록 취소 1건, 업무 정지 6건, 고발 조치 5건. 20년 째 이 업(業)을 하면서 두려울 게 없는 이유다.


http://media.daum.net/society/all/newsview?newsid=20160912150506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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