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 304명이 너무도 허무하게 희생당한 참사 앞에서 시민들은 분노했다. TV를 통해 배가 가라앉는 모습을 보며 발을 구르고 절규했다. 속절없이 지는 해를 바라봤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한 사회 건설, 사회 개혁 등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왔다. 시민들은 우리 사회가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로 나뉠 거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2300일이 넘었다. 그 사이 대통령이 바뀌고 세월호도 물 위로 올라왔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참사가 일어난 지 6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세월호 유가족들은 진상규명을 외치고 있다. 속 시원한 진상규명이 없으니 책임자 처벌도 요원하다.
답답한 마음을 안고 경기 안산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유경근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어디에서 멈춰 있는 것인지, 성역 없는 진상규명이 왜 필요한지 차분하고 강건하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어도 아픔은 무뎌지지 않아 아이들 얘기를 하는 순간, 잠시 동안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다음은 유경근 집행위원장과 나눈 이야기들이다. 인터뷰는 지난 3일 안산에 있는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2021년 7주기까지는 진상규명을 끝내고 싶다"
인터뷰 중 일부
- 많은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 조사는 어디까지 된 건지, 왜 더 이상 진행이 안 되는 건지 궁금해하고 있어요.
"세월호 참사 관련 조사와 결과는 우리 사회가 공적으로 합의하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법을 만들고 기구를 만들어서 수사요청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이건 누가 해야 하는 일인가요? 정부가 해야죠. 스스로 약속을 했고 잊지 않고 꼭 하겠다고 공언도 했죠. 저희는 어떻게 실행할 건지, 어떤 방안을 갖고 있는지, 청와대가 생각하는 진상규명의 실제 대상과 내용은 무엇인지 하고 물으면 '사참위, 검찰조사 지켜봅시다'만 반복되고 있어요.
문재인 정부 임기는 2022년 5월까지죠. 올해 말 내년 초면 다음 대선 국면으로 넘어갈 겁니다. 문재인 정부가 진상규명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시간은 사실상 올해밖에 없어요. 지금 들여다봐야 할 대상은 국정원과 군인데, 여기는 검찰이 수사를 한 일이 없죠.
실제로 국정원이 갖고 있는 세월호 참사 관련 기록, 증거, 증언은 수사를 통해 알 수 있는데 이걸 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대통령입니다. 대통령 직속기관이잖아요. 대통령이 국정원장을 직접 임명하는 거니까 국정원장이 수행하면 됩니다. 물론 국정원이 제대로 했는지 검증하는 보완책이 필요하겠죠. 하지만 남아 있는 과제는 국회 동의도 필요 없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에요.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시작할 일은 국정원과 군이 갖고 있는 기록과 증거와 증언들을 찾아내는 겁니다. 이것을 찾아내서 맞추는 게 바로 조사고요. 이건 대통령 권한만으로 가능하고 조사결과가 나오면 누가 요구하지 않아도 더 파고들려고 할 거예요.
이건 내년 4월까지 해야 하니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국회에 요구하는 건 국가기록원에 봉인돼 있는 박근혜 대통령 기록물을 보게 해달라는 겁니다. 사참위가 사라지면 공적으로 침몰 원인을 조사하는 기구가 사라지는 겁니다."
http://n.news.naver.com/article/047/0002285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