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시민 그레고리 바두알(35)은 7일(현지시각) 일터로 향하는 대신 거리로 나왔다. 고등학교 교사인 그는 “예순을 훌쩍 넘긴 나이는 10대 학생을 가르치기에 적합하지 않다. 아이들한테도, 교사들한테도 좋지 않다. (연금을 지급할) 재정이 부족하면 노동자의 임금을 올려 세금을 더 거두면 될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수도 파리를 비롯해 프랑스 전역 약 280곳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의 ‘연금 개혁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파업 및 시위가 열렸다. 노동자들은 평일인 이날 오후 일터 대신 거리로 쏟아졌다. 프랑스 내무부 추산 128만명, 주최 측인 노동조합 추산 350만명이다.
마크롱 정부는 현행 62살인 정년을 2030년까지 64살로 늦추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연금 개혁안을 지난 1월 10일 발표했다. 이를 반대하는 노동자들이 지난 1월19일 100만명 넘게 모인 첫 대규모 시위를 열었고, 이후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1월 31일 2차 시위에 내무부 추산으로 127만명(노조 추산 280만명)이 몰린 뒤 시위 참가 인원이 줄어드는 추세였지만, 이날 시위에 다시 최다 인원이 몰렸다. 이날 시위 구호는 “함께 프랑스를 멈춰 세우자”다.
이날 노조의 6차 전국 파업으로 열차 운행이 대부분 중단되고 정유 공장이 문을 닫았으며 전력 생산이 줄었다. 초고속열차(TGV)는 5대 가운데 1대 정도만 운행됐고, 인근 국가로 가는 열차 상당수가 취소됐다. 이튿날인 8일에도 수도권 버스와 지하철이 축소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파업으로 파리 샤를 드골과 오를리, 마르세유 등 공항의 항공편이 20∼30%가량 취소됐다. 파업을 주도한 프랑스 8개 노동조합 단체들은 파업이 이번주 금요일까지 길어질 수 있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바두알은 함께 고교 교사로 일하는 배우자, 그리고 여섯살 아들과 함께 시위에 나왔다. 23살에 학교를 마치고 현장에 투입된 교사가 연금을 100% 받으려면 현재는 42년 동안 일을 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의 연금 개혁안이 도입되면 근속해야 할 기간이 1년 더 늘어나 66살에도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보람을 느끼지만 바두알은 60대 중반은 “‘좋은 교사’가 되기엔 많이 지쳐있는 나이”라고 말했다.
간호사 앤(60)도 바두알과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좋은 간호사로 일하기에 난 지금 너무 피곤하다. 그런데 정부가 정년을 64살로 늘린다고 한다. 정말 너무한다. 이제 그만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앤은 앞서 있었던 전국 연금 개혁 반대 시위에 모두 참여했다. 앞으로 2년8개월만 더 일하면 연금을 다 탈 수 있지만 그는 이미 “너무 지쳐있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페미니즘 단체 속에서 행진하던 오랭(28)은 연금 개혁안 대신 ‘여성의 임금을 올리자’라고 주장했다. 현재 프랑스에서 여성 노동자의 임금 수준은 남성에 비해 20%가량 낮은데, 여성 노동자의 임금을 올리면 세수가 늘어 연금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는 여성주의 단체의 일원으로서 이번 시위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 “연금 개혁안의 첫번째 피해자는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는 저임금 노동자, 밤낮으로 육체노동을 해야 하는 노동자고, 그다음 피해자는 여성”이라며 “노동자가 처한 업무 환경의 질, 임금 인상은 놔두고 은퇴 연령을 높이는 것은 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프랑스 전역에서 열린 시위는 대체로 평화롭게 끝났지만 파리와 리옹, 낭트 등에서는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시키려 최루가스를 뿌리고 물대포를 쏘기도 했다.
특히 가장 많은 참가자가 모인 파리에서는 건물, 자동차 등을 훼손한 등의 혐의 등으로 4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7차 시위는 사흘 뒤인 11일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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