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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투고]아프면 약사먹어?

  • 작성자: 펜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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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1477
  • 2018.08.08

알고 계십니까 ? 빛은 입자이며 파동입니다 .

그리고 , 어쩌면 당신은 가장이며 아들 . 혹은 엄마이며 직장상사 .

혹은 썸녀이며 취준생 , 학생이자 알바생 , 딴게이이며 .... 아닙니다 .

이처럼 하나의 개체에는 두 가지 이상의 속성이 있습니다 . 양자역학까지 갈 것도 없습니다 .

구도자이며 국회의원 , 대령숙수이며 정당인 , 야바위이며 대통령 , 용팔이며 대법관 , 행동대원이며 판사 .

 

 

그럼 은 무엇일까요 ?

약은 상품 이며 공공재 입니다 .

 

 

예컨대 , 저희 약국에는 매 달 의원에 들러 이렇게 생긴 가글액을 타가시는 할머님이 있습니다 .

가글.jpg

 

기초생활수급자인 당신 형편상 제대로 된 치과 치료를 할 수 없어 저렴한 가글로 최소한의 조처만을 하십니다 .

 

그런데 , 저렴한 가글 이 얼마 전 제법 유명해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

가정사가 불우한 어느 여성 대통령이 2014 4 16 일 사용한 의료용 가글 이 바로 이 제품입니다 .

 

 

물론 이 가글은 기본적으로 화폐와 교환되는 제품 . 상품 입니다 .

하지만 , 동시에 ,

부자든 가난하든 , 서울이든 지방이든 , 청와대든 고시원이든 , 아빠가 없든 자식을 잃든 ,

누구나 아프면 똑같은 가글을 씁니다 . 백옥 가글 , 신데렐라 가글 그런 거 없습니다 .

수요자의 경제적 , 사회적 상황과 무관하게 일정하게 제공되는 재화 및 서비스를 우리는 공공재 라 부릅니다 .

그러므로 다른 의약품들과 마찬가지로 , 이 가글은 상품 인 동시에 일종의  공공재 의 성격을 띠는 것입니다 .

 

 

이처럼 의약품 의 속성이 상품이며 공공재 인 이유로 약사 라는 직능 역시 두 가지 속성을 갖게 됩니다 .

상인 이며 보건의료인 이 바로 그것입니다 .

 

 

약사를 비판하는 분들의 요지는 지금의 약사들이 지나치게 상인 의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

사실 , 저도 그러한 일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러한 인식은 앞으로 약사들이 해결할 숙제입니다 .

하지만 , 동시에 이 말씀을 드립니다 .

 

 

저는 지난 약 10 년간 약사로서 일을 하면서 적게 잡아 10 명 이상의 환자들의 죽음을 겪었습니다 .

그중에는 매달 혈압약을 타가시던 금술 좋은 노부부가 어느 날 할머니 혼자가 되어 오신 경우도 있었고 ,

축 쳐진 채 엄마에게 들쳐 업혀 약국에 왔다가 , 즉시 대학병원으로 보내진 뒤 영영 보지 못하게 된 돌배기 아이도 있었습니다 .

물론 , 이런 경우에 제가 모종의 법적이든 , 도덕적이든 책임을 져야 할 일은 없었습니다 .

애초에 그런 상황을 맞닥뜨렸을 경우 , 제가 할 수 있는 역할과 책임의 범위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

하지만 , 그런 경험들은 저에게 내가 누구를 상대하고 있는지 ’, ‘ 무엇을 건내 주고 있는지 를 상기시킵니다 .

내가 주는 이 약은 환자에게 닿으며 , 때로는 약으로 , 때로는 독으로 변한다 .’ 는 점을 일깨웁니다 .

이런 경험을 피할 수 없는 약사들이 약을 단지 상품 으로만 볼 수 있을까요 ?

 

 

상인 이며 보건의료인 ’.

그 두 가지 중 어느 쪽에 비중을 둘지 , 환자를 대할 때 어떤 속성을 우선할지는 개별 약사들의 몫이 됩니다 .

하지만 , 분명한 것은 , 세상 모든 일이 외줄타기이듯 ,

약사들은 늘 두 가지 속성을 함께 발휘하며 , 때로는 갈등하고 , 때로는 타협하기도 하지만 ,

결코 한 가지를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편의점 의약품 판매 를 주장하는 측은 근거로 심야 의료 공백 을 들고 나옵니다 .

이는 의약품 공공재 로서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

저도 그 문제의식에는 동의할 수 있습니다 . 부디 앞으로  의약 정책의 공공성이 확대되길 저도 바랍니다 .

하지만 , 의약품을 편의점에 풀어 상품화 하면 공공성이 강화된다는 주장은 넌센스에 가깝습니다 .

이는 근거와 결론의 상호모순입니다 .

 

 

그럼 그 주장의 진정한 이유는 무엇이며 , 의약품 공공성 취약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

제가 좋아하는 작가를 소개합니다 .

 

 

유시민의 따뜻한 라디오.jpg

 

 

이 사람은 요즘 잘나가는 방송인이자 , 작가입니다 . 아시는 분들도 좀 계실 겁니다 .

 

이 낚시꾼은 노통때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습니다 .

그래서 2012 MB 시절 편의점 의약품 판매 정책이 대두되던 당시 자신의 의견을 내놨습니다 .

9 분가량의 방송입니다 .

 

 

http://usiminradio.tistory.com/72

( 유시민의 따뜻한 라디오 2011.7.19.)

 

 

이 방송에서 유시민은 이 정책이 자신의 재임 시절에도 이 정책을 입안해 달라는 압박을 받았으며 ,

그 주체는 야간 의료 공백을 책임지는 보건복지부 측이 아니라 ,

경제 단위 , 기업 혹은 재정경제부 쪽이었다고 밝힙니다 .

그러니까 , 이 정책의 본질이자 추진 동력은 기업의 시장 진출입니다 .

의료공백 , 공공성강화 이런 건 그냥 허름한 포장지에 불과합니다 .

 

 

이 정책을 전격 시행한 MB 정부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부이며 , 도덕의 완성은 개평에 있습니다 .

그래서 당시 민영화 라는 이름으로 여기 저기 개평을 줬는데 , 이 정책이 그 중 하나입니다 .

 

 

또한 , 유시민은 야간 의료 공백을 해결하는 방안으로서 편의점에 의약품을 푸는 정책에 반대하며 ,

대신 기초 자치 단체별로 정부가 예산을 투입한 공공약국 의 개념을 제안합니다 .

 

 

사실 , 이러한 공공약국 은 완전히 낯선 정책이 아닙니다 .

예컨대 , 호주의 빅토리아주에서는 공적 자금을 투입해 정확히 유시민이 제안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

영국의 경우는 더 적극적으로 , 심야시간대에는 심야약국 약사가 제한적으로 전문의약품까지 투약합니다 .

물론 , 한국이 그들 국가의 제도를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

각 국가마다 정책의 예산과 사정이 다르고 , 복지 정책을 체감해 온 역사도 다르고 , 약국에 대한 인식과 정책의 공감대도 다릅니다 .

 

 

다만 , 한 가지 . 문제를 보는 시각 , 접근하는 방식은 똑같습니다 .

정책의 목적이 의약품의 공공성 강화 라면 이는 정부의 복지 정책의 대상이며 ,

그렇다면 기업에게 의약품을 넘겨 상품화할 것이 아니라 , 정부 정책 안에서 해결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

그러므로 , 저는 이러한 선례까지 있는 마당에 , 구체적인 방안이나 정책은 앞으로 토론의 대상이 되겠지만 ,

이 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접근방식에 있어서는 유시민의 의견을 따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한 가지만 더 말씀 드리겠습니다 .

어차피 그래봐야 편의점 판매 의약품 몇 푼 하지도 않는 걸 뭘 호들갑이냐는 말씀에 대한 대답입니다 .

어쩌면 저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며 , 어느 정도는 부탁의 말씀입니다 .

혹시 여러분은 아파트에 사십니까 ? 왜 아파트에 사시죠 ?

어쩌면 편리하다거나 관리하기 편하다거나 하실지 모르지만 , 그건 진정한 이유가 아닙니다 .

얼마 전 뉴스공장에서도 다루어졌지만 , 그것은 정책의 결과입니다 .

과거 군사 정권 시절부터 이어져 온 부동산 정책이 지금의 주거환경을 결정했습니다 .

우리는 정책이 결정한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

개인의 욕망 , 삶의 목표 ,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 . 이 모든 것들이 사실은 정책의 영향을 받습니다 .

 

 

의약품 시장을 유통대기업에 열어주는 이 정책을 통해 의약품은 상품화 됩니다 .

그리고 , 할 수 없이 약사는 상인화 됩니다 .

저는 상인으로 살고 싶지 않습니다 .

 

 

그래서 저는 불안감을 느낍니다 . 몇 푼 하지도 않는 의약품 때문이 아니라 ,

이 정책이 저를 제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 수 없게 만들지 모른다는 생각에 큰 불안감을 느낍니다 .

그러므로 약사들의 이 호들갑에 대해 , 널리 이해를 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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