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물을 삭제해달라는 우리 정부에도 꿈쩍 안하던 미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 SNS ) '텀블러'가 애플의 압박에 못이기고 음란콘텐츠 퇴출에 나섰다.

4일(현지시간) 미국 IT 전문매체 더버지에 따르면 텀블러는 오는 17일부터 음란콘텐츠 게재가 불가능하도록 새 가이드라인을 적용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 텀블러에서는 사람의 성기와 여성의 노출된 가슴, 성행위 장면 등이 들어간 사진이나 삽화, 동영상 등을 게재할 수 없다. 다만 예술작품으로 인정받는 나체 조각상이나 정치적 항의 메시지를 담은 나체 시위 등의 장면은 예외로 인정해 삭제하지 않는다.

그동안 텀블러는 '음란물의 온상' 취급을 받았다. 온갖 종류의 음란물 수십만건이 텀블러에 올라오고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국내에서 미성년자 음란콘텐츠뿐만 아니라 성매매 관련 정보까지 오가는 것이 드러나면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실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 2014년부터 올 6월까지 텀블러에서 확인한 음란물은 10만여건에 달했다. 이에 방심위는 텀블러 본사에 음란물 삭제에 관한 협조공문을 보내고 화상회의까지 진행했지만, 텀블러는 전수조사와 콘텐츠 삭제를 거부했다.

우리 정부의 요청을 '모르쇠'로 일관하던 텀블러가 갑자기 입장을 선회한 이유는 최근 음란콘텐츠 유통을 빌미로 애플 앱스토어가 텀블러 앱을 삭제했기 때문이다. 텀블러 입장에선 북미 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애플의 눈밖에 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 이용자가 빠져나가더라도 음란물을 삭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의 강력한 음란콘텐츠 퇴출 정책에 무릎을 꿇은 격"이라며 "그간 우리정부의 요청에는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다는 점에서 씁쓸하지만 이제라도 국내 음란콘텐츠 시장의 판로를 막게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