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대면조사 일정이 언론에 공개됐다는 이유로 조사를 미뤘다.
앞서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 때도 조사를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거부했고,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영장 집행도 무산시켰다. ‘피의자’ 신분인 박 대통령이 다른 피의자에게 적용되지 않는 특권을 요구하며 법치를 모독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수사기한 종료(28일)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특검 수사는 시간에 쫓기게 됐다.
특검은 8일 “9일 중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는 없다”고 발표했다. 앞서 특검과 청와대 측은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를 9일 실시키로 했으나 이 내용이 일부 언론에 흘러나갔다는 이유로 청와대가 조사를 무산시켰다.
전날 한 매체는 “특검이 9일 청와대 경내에서 박 대통령을 비공개 조사하기로 청와대 측과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검의 대면조사가 이뤄진 뒤 (조사 사실을) 공개하기로 한 상황에서 언론에 미리 날짜가 나온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특검이 확인해준 보도가 아니다”라고 유출 의혹을 부인했다.
청와대가 주장하는 박 대통령 비공개 조사는 검찰의 공보준칙에 비춰봐도 과도한 요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법무부 훈령인 ‘인권 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은 “검찰은 소환 대상자가 공적 인물로서 소환 사실이 알려질 경우 소환 대상자, 소환 일시 및 귀가 시간, 죄명 등을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적 인물’은 차관급 이상 공무원, 국회의원 등이다.
실제 특검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장관급은 물론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 등 차관급 인사도 모두 공개 소환했다. 대통령의 무리한 요구를 두고, 시간을 끌어 결국 대면조사를 거부하기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