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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정한 코르셋강요,정서적폭력

  • 작성자: kobe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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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8.15
직장인 이주영 씨(가명·27)는 최근 자신이 자주 들르는 온라인 '여초(여성이 많은)'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가 불쾌한 경험을 했다. 쇼핑몰에서 살 원피스를 고르기 위해 후보 사진 3장을 커뮤니티에 올린 게 발단이었다.

해당 글을 접한 커뮤니티 회원들은 '왜 사회가 만들어 놓은 코르셋에 스스로를 끼워 넣으려 하냐' '주변 여성들까지 외모 평가와 꾸밈 노동을 당연시하게 만든다'는 등 이씨가 생각조차 해 본 적 없는 문제로 매섭게 비난했다. 사진을 올린 지 불과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이씨가 여성의 위상을 스스로 격하시켰다고 지적하는 댓글 수십 개가 달렸다. 이씨는 "어떤 옷이 어울리는지 조언을 구한 것뿐인데 순식간에 나는 여성 인권을 침해하는 사람이 됐다"며 황당해했다.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을 근거로 범위를 무한정 확장해 개인 행동에 제약을 가하고 지적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화되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한국 사회가 정치·사회적 전환기를 맞아 김영란법, 차별금지법 등 새로운 규범이 생겨난 데다 최근 온·오프라인에서 여성주의 운동까지 활발히 전개되면서 이에 정서적으로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지적절 광풍'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PC란 여성·난민·동성애자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행위를 바로잡으려는 운동으로, 1980년대 미국에서 유행했다. 이후 한국으로 건너온 PC는 2000년대 초반 시민단체에 의해 주창됐고 시간이 흐르면서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저마다 기준이 다른 '올바름'을 내세워 남을 지적하고 규범을 강요하는 행태는 주로 온라인 환경에서 발생한다. 자기 자신을 철저히 숨기면서도 남을 지적하고 동조를 이끌어낼 수 있어서다.

야구를 좋아하는 김도영 씨(가명·35)는 최근 '범죄자를 두둔했다'는 취급을 받은 후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지 않는다.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한 스포츠 선수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 요즘 잘하네요"라고 글을 올렸다가 '음주운전 차량에 가족이 당해도 그렇게 두둔할 수 있을까?' '음주운전 자주 하나 보네…죄의식이 별로 없는 거 보니'와 같은 수백 개의 악성 댓글 세례를 받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평소에 그런 생각 자체를 해 본 적이 없었다"며 "심지어 이 선수는 미국 프로 스포츠 외국인이었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삿짐센터 직원의 불만에 대한 네티즌 반응에서 PC에 대한 우리 사회의 왜곡된 자화상이 드러난다. 폭염 특보가 발효된 지난달 17일 스스로를 한 이삿짐센터 인부라고 밝힌 작성자는 "이 더운 날 부모님 나이대 인부들이 신혼부부 아파트 이삿짐을 나르는데 (젊은 아내가) 팔짱만 끼고 물 한잔 내주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해당 글에는 곧이어 신혼부부를 비판하는 댓글이 이어졌지만, "이사 공짜로 해 주는 거 아닌데 배려를 너무 당연히 여기는 것 같다" "새참이나 물 한잔은 서비스이지 의무는 아니다. 욕할 일은 더욱 아니다"는 날 선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런 일은 이성 간에 더욱 빈번히 발생하곤 한다. 직장인 박준경 씨(31)는 회사 여자 동료의 바뀐 헤어스타일을 보고 "머리 예쁘네"라고 덕담을 건넸다가 오히려 핀잔을 들었다. 좋은 뜻으로 한 말인데 "왜 나를 미적으로 대상화하느냐, 외모에 대해 평가하지 말라"는 답이 돌아올 뿐이었다. 박씨는 "상대방이 불쾌했다면 잘못한 일"이라면서도 "또 어떤 지적을 받을지 몰라 그 동기와 대화하는 것을 아예 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PC에 공감하지 못하거나 아예 개념 자체가 생소한 기성세대는 "무서워서 무슨 말을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경남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임 모씨(54)는 20·30대로 구성된 부하 직원 5명에게 욕먹을 것이 두려워 자신의 언행을 자체 검열하고 있다. 외모에 대한 칭찬이나 이성에 대한 질문, 더 열심히 일하라는 채근 등 당연하게 해왔던 언사들이 이제는 자칫 뒷담화가 나올 수 있어 모두 금기어다. 임씨는 "사생활 부분은 아예 이야기를 안 하려고 한다"면서 "그런 검열이 업무적으로 마땅히 줘야 할 피드백까지 꺼리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PC가 미국에서 나오게 된 배경은 사회를 긍정적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것인데, 우리 사회는 '나는 맞고 너는 다 틀렸다'는 식으로 흐르고 있다"면서 "PC의 맹점은 다른 고려 요인을 배제하고 모든 것을 도덕적 잣대로 판단해 버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세기 최고 인문학자라고 평가받는 움베르토 에코는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 강한 경계심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저서 '미네르바 성냥갑'에서 "탄압받는 소수의 권리를 보호하고 모든 형태의 인종 차별에 반대하기 위해 미국에서 탄생한 '정치적 올바름'이 새로운 근본주의로 전환되려 하고 있다"며 "(정치적 올바름은) 다른 의견에 대한 존중으로 위장된 형태의 불관용"이라고 말했다.

특정 이슈에 대한 과도한 '올바름' 주장이 이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는 사람을 공격하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http://news.v.daum.net/v/20180815175400518?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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