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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일부터 시행된 커피전문점 내 일회용컵(플라스틱컵) 규제가 한 달이 지나면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시민들 대부분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는 정부 취지에 공감하지만 일부에서는 일회용컵 사용은 여전한데다 설거지가 늘어 오히려 환경 오염을 가중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려다 물·세제 사용량을 늘렸다는 딜레마다.
실제로 이달 7일 서울 일대 커피전문점 매장을 돌아보니 머그잔에 마시던 음료를 일회용 컵에 옮겨 담아 들고 나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커피전문점을 찾은 고객 정모씨(30)는 "점심시간 사무실로 돌아갈 때 남은 음료를 일회용컵에 옮겨 담아 간다"며 "일회용컵은 컵대로 쓰고 세제도 써야해 오히려 환경을 더 오염시킨 것 아닌가 마음이 불편하기는 하다"고 말했다.
서대문구 남가좌동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김모씨(29)도 "머그잔에 마시다가 일회용컵에 옮겨 담아달라는 손님이 하루 평균 10명은 된다"며 "이중으로 환경에 악영향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원들 손길도 더욱 바빠졌다. 이날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점심시간대 중구 무교동의 한 커피전문점을 지켜본 결과 직원 9명이 손님 300명에게 음료를 제공하느라 진땀을 뺐다. 특히 늘어난 설거지거리로 '설거지옥'(설거지+지옥)에 빠진 모습이었다. 한 설거지 담당 직원은 "손님이 몰릴 때는 서두르다 컵을 깨는데 1시간에 1개 꼴로 깨진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위생관리가 소홀한 모습도 목격됐다. 특히 몰려드는 손님들로 바쁠 때는 행주로 미처 건조되지 못한 잔의 물기를 제거하는데 이 행주가 위생적으로 관리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보였다. 홍대 인근 한 개인카페에서는 하루종일 사용한 행주를 운영 마감시간 1회만 빨고 있었다. 개수대를 닦은 행주로 컵의 물기를 닦기도 했다. 아르바이트생 이모씨는 "하루 한번마저 제대로 빨지 않는 아르바이트생도 있다"며 "매니저도 이를 알고 있지만 너무 바쁠때는 그냥 지나간다"고 말했다.
때문에 일부 손님은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을 고수하기도 한다. 종로구 한 카페 매장에서 만난 직장인 백모씨(27)는 "유리컵을 잔뜩 쌓아놓고 한가할 때 한번에 처리하던데 수세미 자체가 위생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매장에서 먹더라도 무조건 일회용컵에 달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신촌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만난 김모씨(28)도 "솔직히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리컵 보다 일회용컵이 훨씬 위생적으로 느껴진다"며 "대충 헹궈줘도 손님은 알수 없는데 자칫 '세제 커피' 사마시는 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부작용들에도 불구하고 일회용컵 사용을 줄여나가는 규제 방향은 맞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실제로 자원순환사회연대가 지난달 21, 22일 이틀간 수도권 카페를 대상으로 실태 조사한 결과, 매장 내 일회용잔 이용이 한 건도 없었던 매장 비율은 지난달 6~7월 29.2%(226개 매장 중 66곳)에서 60.1%(1052개 매장 중 634개 매장)로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은 "설거지가 늘어나면서 세제 사용량이 늘어나는 딜레마가 나타나고 있지만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나가는 방향은 맞다고 본다"며 "소비자들도 개인 텀블러를 갖고 다니는 등 정부와 기업, 시민이 동시에 의식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진 기자 [email protected], 서민선 인턴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