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동물의 뱃속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된 끔찍한 사진을 본 적이 있는가? 해산물을 포함한 해양 동물이 미세 플라스틱에 오염되어 있다는 연구 자료는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음식도 플라스틱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거기에 더해 최근에는 바다소금에서도 플라스틱이 발견됐다. 그야 말로 우리 삶이 플라스틱이다.
삶의 동반자 플라스틱?
2015년 처음으로 중국에서 판매되는 소금에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중국 식료품점에서 구입한 15개의 소금 제품의 샘플에서 미세플라스틱입자가 나온 것이다. 이 미세플라스틱입자는 생수병, 화장품, 스크럽 제품 등에서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그 이후 스페인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진행됐다. 21개의 식용소금으로 연구한 결과 모든 소금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olyethyleneterephthalate)’로 플라스틱 생수병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성분이었다.
비슷한 연구가 가장 최근에 미국에서 이뤄졌다. 뉴욕 주립대학교 메이슨 교수는 미네소타 대학 연구자들과 공동으로 소금과 맥주, 음용수에 포함된 미세 플라스틱 연구를 진행했다. 메이슨 교수는 미국인들이 하루 권장량인 2.3그람의 소금을 먹을 때 매년 660개의 플라스틱 조각을 섭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권고보다 더 많은 소금을 매일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는 미국인들이 섭취하는 플라스틱조각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뜻한다.
미세플라스틱이 식탁에 오르기 까지
그렇다면 플라스틱이 어떻게 소금에 포함되 우리 식탁에 까지 오른 것일까? 그 과정을 역 추적해본다. 우선 인류가 플라스틱을 만들어 낸 이후 지난 50년 동안 플라스틱 생산량은 급격히 증가했다. 그린피스에서 지난해 발간한 ‘우리가 먹는 해산물 속 플라스틱’ 자료에 따르면 2002년 2억 4백만 톤이었던 플라스틱 생산량은 10여 년간 50%나 증가해 2013년 2억9천9백만 톤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행히도 플라스틱은 대부분 일회용 포장제품으로 쓰이는데 한번 쓰고 버려진 제품은 재활용되거나 매립, 소각된다.
하지만 일부는 바다로 유입된다. 도시의 배수시설 등을 통해 유입되거나 고의적으로 투기하는 플라스틱, 선박을 통해 흘러들어오거나 폐수를 통해 유입되는 플라스틱, 태풍이나 폭우로 인해 주변 플라스틱 쓰레기가 강이나 바다로 흘러들어 오는 경우 등이 있다.
이렇게 바다로 온 플라스틱은 시간이 지나면서 마모되고 쪼개지면서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미세플라스틱은 5mm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을 말한다. 제조 당시부터 미세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바다로 유입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작은 플라스틱은 식별이 힘들어 해양동물이 섭취 할 가능성이 높아 더 위험하다. 또 플라스틱의 특성상 흡·탈착, 침출 반응으로 인해 바다를 오염시킨다. 플라스틱은 바다 속 독성물질을 흡착해 축적하는 특성이 있는데 그것을 섭취한 해양동물과 인간에게 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 또한 플라스틱 제조 시 의도적으로 첨가된 화학물질을 바다로 방출(침출)해 바다를 오염시킨다. 첨가된 화학물질에는 대표적으로 독성을 가진 비스페놀A 등이 있다.
△ 플라스틱 특성<사진제공=그린피스> |
우리나라 천일염도 불안해
이렇게 플라스틱으로 오염된 바닷물이 탈수 과정을 거치면서 생산해 내는 소금 속에 미세플라스틱이 남아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플라스틱과 해양오염에 관해 지속적인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그린피스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았다. “중국이나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실험 결과를 보면 바다에 미세플라스틱이 만연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제는 바다가 어느 나라 앞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니고, 해류는 전 지구를 돌고 순환한다. 바다는 모든 인간의 공유재인 것이다. 우리나라 소금에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아직 발표된 연구결과는 없다. 그래서 확답을 하기는 어렵지만 여러 나라에서 미세플라스틱 소금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우리나라도 그에 대해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기는 하다.”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우리가 소금에 포함된 미세플라스틱을 걱정하는 이유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소금에 포함된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현재까지 명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실험을 위해 플라스틱에 노출되지 않은 대조군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린피스에서 발간한 보고서에서 따르면 “미세 플라스틱으로 오염된 해양생물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이며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이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보고서는 또한 “미세플라스틱이 인간의 체세포 및 조직에 직접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미세플라스틱 표면으로 흡착 및 침출될 수 있는 독성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2016년에 발간된 유엔환경계획(UNEP)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유해하다고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유해한 각종 균을 전이하고 확산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언급했으며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제는 정말 줄여야 할 때
해산물, 수돗물에 이어 소금에 까지 발견된 미세플라스틱. 전 세계 곳곳에서 발표되고 있는 연구결과들은 한 목소리를 낸다. “이제는 정말 줄여야 할 때.” 우리나라도 최근 환경부에서 수돗물에 포함된 미세플라스틱 연구에 들어갔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수돗물에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되어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됨에 따라 우리나라도 실태 파악에 나선 것이다. 또한 이런 연구 결과가 단순히 제품 브랜드를 바꾸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플라스틱이 아닌 더 나은 재료를 찾고 삶의 방식을 바꾸는 데 까지 이어져야 할 것이다.
[환경미디어 강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