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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시신탈취 사건, 그때 그 현장에서: 4년 전 그날의 진실, 살아나다

  • 작성자: 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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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1192
  • 2018.04.25

1. 비현실적인 현실이 비현실적으로 드러나는 현실

 

“지난 4월 17일 서울 가든호텔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나두식 지회장과 삼성전자서비스 최우수 대표이사가 만나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직원들의 직접 고용과 노조 활동 보장을 골자로 한 합의서에 서명했다.”

 

놀랐다. 너무도 당연히, 그리해야 한다고, 미력이나마 그리 되는 데 내 힘을 보태겠다고 생각해 왔던 일이, 저 건조한 문장 속에서 현실이 되었노라고 스스로를 드러내고 있었다. 며칠 뒤 있을 남북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소식 못지않게 내겐 ‘비현실적인 현실이 비현실적으로 드러나는 현실’이다. 말장난 같지만 딱 저렇게 느꼈다. 그리고 며칠 뒤 지상파 뉴스에서 들은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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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에 출석한 염 지부장의 부친은 당시 삼성전자서비스의 집요한 회유와 금품 제공이 있었다는 사실을 털어놨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센터 사장의 요구로 노조장이던 장례를 가족장으로 바꾸는데 동의했고, 이후 삼성 측으로부터 6억 원의 돈을 건네받았다는 겁니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지리라 믿으면서도 막연했다. 저 추잡스런 삼성 재벌의 욕망에, 천륜을 저버린 아비의 욕망에, 재벌권력과 결탁한 경찰병력의 만행에 맞섰을 뿐이라 법정에서 외쳤으면서도, 공권력이 짓밟고 언론이 철저하게 외면하는 현실에 진실이 밝혀질 ‘그때’가 언제일지 막연하기만 했다. 그런데 지금은 나조차 몰랐던 ‘진실’들이 쏟아지고 있다. 비현실적인 현실이 비현실적으로 드러나는 현실이다. 10년여 이명박근혜 정권하에서의 체험은 인식 체계를 어지간히 교란시켜 놓은 모양이다.

 

 

2.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의 조우

 

노동조합을 만들고 싶어도 나서길 꺼려하는 동료들과 폐쇄적인 조직문화에 가로막혀 시작조차 못 해본 채 좌절했던 기억이 있다. 혁명가를 자처하던 지인이 너 혼자라도 돈끼호테처럼 나서보라는 맘 편한 소릴 하기도 했지만, 노조를 혁명을 위한 조직화의 도구로 여기는 운동가와는 거리가 한참 멀기도 했거니와 에라 시발 그냥 될 대로 되라며 나설 만한 무모함도 없었다. 게다가 수구기생충들이 장악한 정권은 역사 서술마저 왜곡하도록 지시하여 내 업에 대한 자부심마저 앗아갔다. 어느 강연에서 노교수에게 조언을 구했을 때 ‘일시적으로 역사가 퇴보하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분명히 앞으로 나아갈 것’이므로 좀 더 힘내보란 격려를 듣기는 했으나 마음은 이미 일터를 완전히 떠난 뒤였다.

 

현장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다. 그렇게 들어간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당시에는 잘 몰랐으나, 시간이 좀 흐른 지금 되새겨 보면 암담한 시기, 가장 취약한 조건에 놓였던 비정규노동자들의 현장을 간접 체험할 수 있었던 최적의 단체였다. 인터넷 설치기사, 콜센터 직원, 사내하청 노동자, 청소 노동자, 학교 비정규직 등 다 망라하기도 힘든 간접고용 불법파견의 사례들을 접하며 21세기는 ‘신세기’가 아닌 새로운 ‘구시대’임을 절감했다. 그런 와중에도 ‘구시대’를 뚫고 나오는 ‘신세기’의 송곳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목격하며, 그 고단한 움직임이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자랑스럽고 또한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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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이 갔다. ‘무노조 경영’이라는 반헌법적 가치를 금과옥조처럼 지니고 있는 재벌권력에 삼성전자 제품의 설치 및 AS를 담당하는 하청업체의 비정규노동자들이 맞선 구도. 도무지 승산이 보이지 않는 싸움이었다. 그런데 그 싸움을, 이들은 하고 있었다. 삼성에 정규직으로 들어가 고액 연봉을 받는 지인들에게서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자존감이, 이들에게는 보였다.  

 

 

3. 4년 전, 그날

 

2014년 5월 18일 일요일이었다. 전날 술을 들이부어 숙취가 머리를 무겁게 짓누르는 가운데 습관처럼 들여다 본 페이스북에서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분회장 고 염호석 님의 부고 소식을 접했다. 처음 보는 이름이었다. 부고 소식에 올린 고인의 유서 내용도 보았다. 술기운 탓이었을까. 광주 시민들이 전두환 일당에 맞서 싸우다 산화해 간 5월 18일이라는 날짜와 지회의 투쟁이 승리하길 바라며 자신을 바친다는 유서 내용이 묘하게 화학 작용을 하더니만 나를 일으켜 세웠다. 평소 같았으면 숙취 때문에 드러누워 꼼짝을 안 했을 텐데 말이다.


...이후는 출처에서 확인

http://www.ddanzi.com/?mid=ddanziNews&document_srl=509874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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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오마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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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젠 삼성과 국민과의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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