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국군 정보사령부 전직 공작팀장 황모씨와 홍모씨가 지난달 31일 검찰에 구속됐다. 검찰 수사 결과 이들은 주중 한국 대사관에 파견된 우리 측 비밀요원 5명의 신상 정보를 중국에 팔아넘긴 것으로 6일 알려졌다. 1건당 100만원 안팎의 돈을 받았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푼돈으로 동료 목숨을 팔아넘긴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 비밀요원들은 신상 정보가 유출된 후 지난 4월 급히 귀국했다.

중국 측에 신상 정보가 유출된 우리 측 요원들은 중국 주한 대사관에 파견돼 중국 정보원과 군 기밀 등 정보를 주고받는 임무를 수행했다. 일명 '화이트' 요원이다. 위장 신분으로 첩보 수집 활동을 하는 '블랙' 요원과 달리 대사관 파견 직원으로 근무하지만, 이들의 임무 역시 비밀이다. 화이트·블랙 요원들이 수집한 정보가 우리 정보기관에 전달돼야 우리나라가 주변국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 주요 국가 대부분은 이런 첩보 활동을 하는 요원들을 두고 있다. 그런데 황씨 등이 우리 측 요원의 명단을 중국에 넘기면서 중국 첩보망의 한 축이 무너지게 됐다. 당분간은 우리가 중국 쪽에 화이트 요원을 파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군 정보사령부는 대북 업무를 수행하는 군 정보기관이다. 2013년부터 지난 4월까지 정보사 공작팀장으로 근무한 황씨(예비역 소령)는 올 1월까지 군사기밀 100여건을 중국과 일본에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군사기밀을 휴대전화로 찍어 홍씨(예비역 소령)에게 보내면 홍씨가 중국, 일본 측에 이를 넘기고 1건당 100만원 안팎의 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중국과 일본에 넘긴 기밀의 대다수는 우리 군이 수집한 2·3급 비밀이었다. 중국 측에는 우리 화이트 요원 명단을 비롯해 주변국 군 정보를, 일본 측에는 주로 북한·중국의 무기 체계와 관련한 우리 측 군 정보를 넘겼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군에 오래 몸담은 이들이 도를 넘어선 정보 장사를 했다"며 "추락한 우리 안보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했다.

우리 군은 지난 4월에야 황씨 등이 지난 5년간 기밀을 유출한 정황을 파악했다. 우리 측 요원 정보가 중국 측에 넘어간 일도 지난 4월 국정원이 먼저 군에 통보해줘서 알았다고 한다. 정보사는 그 직후 황씨를 파면했지만 한 달 뒤에야 황씨 등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군이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황씨에게서 기밀을 받았던 일본 외교관은 귀국했다. 검찰은 군이 황씨 등의 범행을 은폐하려 한 정황이 있는지도 확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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