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3만원 요금 자체는 '노터치'..정부 "요금도 낮춰야"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김일창 기자 = 14일 KT까지 3만원대 요금제에서 1기가바이트(GB) 데이터를 제공하는 등 데이터 요금제를 파격적으로 개편하면서 이동통신3사 모두 정부의 '보편요금제' 도입강행에 맞서 요금제 손질을 마쳤다. 그러나 데이터 제공량을 2~3배 늘리고 무제한·무약정 요금제를 출시하는 것으로 정부의 보편요금제 도입의지를 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해석이 강하다.
이날 KT는 음성통화·문자 무제한에 데이터를 묶어 제공하는 '데이터패키지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을 최대 3.3배 늘리고 약정을 없앤 'LTE 데이터 선택 무약정 요금제'를 출시했다.
앞서 LG유플러스 등 경쟁사가 속도제한 없는 LTE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저가 요금제 구간도 나란히 데이터 제공량을 늘렸는데, KT도 이와 유사하게 개편한 것이다.
KT는 LG유플러스보다 고가 요금제 데이터 제공량은 적지만 최저구간인 월 3만2890원(부가세 포함) 요금제는 같은 가격으로 월 1GB의 LTE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데이터 제공량을 3.3배 늘린 것이다. 약정 제한도 없앴다. 여기에 로밍 요금개편도 함께 추진한다.
KT에 앞서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도 이미 유사한 내용으로 요금제를 개편함에 따라 이통3사가 본격적인 요금할인 경쟁에 돌입하게 됐다.
LG유플러스는 8만원대 LTE 무제한요금제뿐만 아니라 최저가 구간만 제외하고 나머지 구간에서 KT보다 더 많은 데이터량을 제공하는 대대적인 요금제 개편을 시행한 바 있다.
SK텔레콤은 LG유플러스나 KT같은 데이터 제공량 확대 프로그램을 아직 발표하지 않았지만 약정할인혜택 강화, 로밍 과금체계 개편 등으로 요금경쟁에 동참하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2월말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간담회에서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곧 선보이겠다"며 "특히 소비자로부터 부당하게 취하는 낙전수입 등을 철저히 찾아내 모두 고객에게 되돌려주겠다"면서 요금제 개편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통3사의 이같은 움직임은 정부의 보편요금제 도입에 '맞대응'하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다. 정부는 월 2만원에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보편요금제를 지배적사업자인 SK텔레콤이 출시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통신업계의 자율적 요금인하'를 기대한다는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전성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국장은 지난 2월 가계통신비정책협의체에서 "보편요금제는 저가 요금제에 대한 경쟁이 사실상 사라지고 고가요금제에만 혜택이 집중되고 있어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라면서 "저가요금제 경쟁이 활성화되고 이통사들이 자율적으로 요금혜택을 확대하는 것은 정부도 바라는 바"라고 언급한 바 있다.
따라서 이통3사는 요금제 혜택을 확대하고 데이터 제공량 등을 늘리며서 '자율적 요금인하 효과'를 노리는 모양새다. 이를 통해 보편요금제 도입만 막자는 것이다. 이통사 고위 관계자는 "보편요금제는 민간기업의 자율경영을 침해하는 상당히 위험한 정책"이라면서 "특히 가격을 2만원으로 특정하는 것 자체가, 이통시장의 경쟁상황에 상당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통사 입장에선 2만원대 요금제를 출시할 경우 당장 월평균가입자매출(ARPU)이 직접적으로 줄어드는 것뿐만 아니라, 월 3~4만원대 요금제 구간 가입자들이 대거 보편요금제로 이동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 3만원대 요금제부터 줄줄이 데이터 제공량을 늘려야 하는 것도 고민이다.
그러나 이통사들은 이번 요금제 개편에서 데이터 제공량을 늘리고 약정을 없애도 요금 자체를 인하하지 않았다. 보편요금제 도입과는 분명한 차별점을 둔 것이다. 이에 과기정통부 고위관계자는 "그동안 저가요금제에 대한 경쟁을 외면했던 이통3사가 자율적으로 혜택을 확대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면서 "하지만 실질적인 요금인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보편요금제 도입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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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v.media.daum.net/v/20180314105205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