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간) 현지 집회에서 순교의 중요성을 가르친 만 6세 소녀. 소녀는 터키군 특수부대 복장을 입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 News1 |
"대장, 우리를 아프린으로 데려가 주세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만 6세 소녀에게 '순교'의 중요성을 가르쳤다. 그러자 지지자들이 이 같은 환호성을 질렀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현재 터키에 확산하고 있는 국가주의와 군국주의를 방증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NYT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24일 시리아 북부 아프린 지역에서 전개되고 있는 터키군 대(對)쿠르드 군사작전 지원을 촉구하기 위한 집회에서 군중들 사이에 있던 한 소녀를 발견했다.
아직 초등학교 1학년생인 이 소녀는 위장 무늬가 들어간 군복 형식의 복장을 차려 입은 상태였다. 그의 이름은 아미네 티라스. 작은 머리에는 터키 최정예 특수부대 '머룬 베레'를 상징하는 밤색 베레모까지 올려져 있었다.
머룬 베레는 시리아 아프린 일대에서 쿠르드족을 몰아내기 위해 군사작전을 펼치고 있다. 터키 정부는 시리아 내 쿠르드 민병대를 적으로 인식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소녀를 연단 위로 불렀다. 수많은 군중들이 쳐다보는 가운데 국가 원수 곁에 섰다는 생각에 소녀의 입술은 떨렸고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전장에서 숨지는 것'의 고결함을 설파하기 시작한 것은 그 때였다.
"터키 국기가 이 여자아이의 주머니 안에 있다"고 주장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만약 그가 순교자가 된다면 신의 뜻에 따라 이 국기에 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아이는 모든 것에 준비돼 있다. 그렇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만 6세 소녀를 연단으로 불러 순교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 News1 |
지난 주말 동안 터키 국영 언론은 소녀의 '용감하고 결연한' 감정에 집중한 보도를 쏟아냈다. 하지만 일부 야권 성향 평론가들은 소녀가 정치 선전전에 이용된 것이며 이런 경우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NYT는 오랜 국가주의와 군국주의 문화를 지닌 터키가 지난달 아프린 올리브가지 작전을 개시한 이후 전쟁을 옹호하는 국가주의 캠페인을 늘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특히 전장에서 숨진 이들을 '순교자'로 추앙하는 현수막과 홍보물이 길거리에 나붙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러한 군국주의 강화 정책은 소셜미디어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하늘이시여. 충격 받았다. 에르도안은 자신의 손녀에게도 이 같은 짓을 할 수 있는가?"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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