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52만t을 사료용으로… 쌀값 폭락 막으려 7000억 손해 '고육策'
- 얼마나 남아돌기에…
정부가 창고 쌓아둔 쌀 170만t… 적정 재고량 80만t의 2배 넘어
- 21년 만에 '한 가마 13만원' 깨져
쌀생산 그대로, 소비는 매년 감소
쌀값 이 추세로 계속 떨어지면 정부, 농가 쌀보조금 다 못 줄 판
52만t을 사료용으로… 쌀값 폭락 막으려 7000억 손해 '고육策'
- 얼마나 남아돌기에…
정부가 창고 쌓아둔 쌀 170만t… 적정 재고량 80만t의 2배 넘어
- 21년 만에 '한 가마 13만원' 깨져
쌀생산 그대로, 소비는 매년 감소
쌀값 이 추세로 계속 떨어지면 정부, 농가 쌀보조금 다 못 줄 판
내년에 정부가 올해보다 5배나 많은 쌀을 가축 사료용으로 풀겠다고 결정한 것은 쌀값 폭락세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사료용으로 내놓겠다고 한 52만t은 올해 햅쌀 중 식량용으로 유통될 물량의 17%에 해당하는 양이다. 재고 쌀 52만t의 구입 가격은 8119억원이었다. 사료용으로 파는 가격은 1082억원이다. 7000여억원의 손실을 떠안는 셈이다. ㎏당 1400원대에 사서 208원에 파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사람이 먹을 귀중한 식량을 동물에게 먹인다는 여론의 비판도 감수하겠다는 정책 선택이다. 그만큼 쌀값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정부는 필사적이다. 정부는 지난 2010년과 2014년에도 재고 쌀을 사료용으로 넘기려다가 '동물에게 사람 식량을 주면 안 된다'는 반대에 밀려 포기했었다.
◇넘치는 쌀 재고, 추락하는 쌀값
정부는 가축 사료용으로라도 재고 쌀을 해소하지 않으면 쌀값 하락세를 막을 수 없다고 본다. 정부의 쌀 재고는 170만t으로 올해 쌀 생산량 420만t의 절반에 가깝다. 적정 재고량(80만t)의 배가 넘는다. 공공 비축미와 쌀 가격이 내려갔을 때 정부가 사들인 물량이 대부분이다. 워낙 정부 창고에 쌓아둔 물량이 많다 보니 '정부가 언젠가는 재고 쌀을 팔기 위해 내놓을 수 있고, 그러면 쌀값은 더 떨어진다'는 불안감이 시장에 퍼져 있다. 그래서 불안감 해소를 위해 재고를 줄이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이미 쌀 가격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수요 초과분을 매입하겠다는 발표를 예년보다 보름가량 앞당기는 등 쌀값 방어에 나섰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지난 10월 25일 산지 쌀값은 80㎏당 12만9628원으로 21년 만에 13만원대가 깨졌다.
![](http://imgnews.naver.net/image/023/2016/12/14/2016121400347_0_99_20161214084904.jpg?type=w540)
워낙 가격이 내려가다 보니 세계무역기구(WTO)가 정해놓은 변동직불금 한도를 처음으로 초과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도 정부는 비상이 걸렸다. 변동직불금이란 정부의 목표 가격(18만8000원·80㎏당)을 정해놓고 실제 가격과의 차액 일부를 현금으로 농가에 보전해주는 제도다. 그런데 현재 가격대로라면 변동직불금 총량이 1조5024억원으로 WTO 한도(1조4900억원)를 초과한다. 따라서 가격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변동직불금을 정부가 약속한 대로 지급하지 못하고 덜 지급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럴 경우 농민들이 강력히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WTO 한도를 초과해서 변동직불금을 주면 우리 정부가 WTO 제재를 받아 국제적인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정부로서는 비상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정부가 직불금으로 지출하는 돈이 워낙 많아 다른 농축산 사업에는 예산을 줄이는 실정이다. 정부는 내년에 쌀 직불금으로 2조3140억원을 책정해놓고 있다. 내년 농식품부 예산 14조4887억원의 16%에 이른다.
◇정부 "해법 찾기 어렵다"며 한숨
하지만 가축용으로 사료를 대량 방출하는 것은 근본적 처방이 아니다. 매년 30만t씩 과잉 생산되는 쌀 생산 자체를 줄이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농민들은 쌀농사에 따른 손실을 보전해주는 제도(직불금제)가 있고, 기계화율이 90%가 넘어 농사짓기가 편하다는 이유로 쌀 생산을 줄이지 않고 있다. 최근 5년간 쌀 생산량은 400만~432만t 사이에서 유지되며 줄어들 기미가 없다. 반면 식습관 변화로 쌀 소비량은 크게 줄어들고 있다. 1인당 쌀 소비량은 2006년 78.8㎏이었지만, 2015년 62.9㎏으로 꾸준히 줄고 있다.
따라서 생산을 줄여 수급을 적절하게 맞추는 방향으로 정부 쌀 정책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직불금 제도를 손보거나 다른 작물을 재배하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해서 농민들의 쌀 생산 자체를 줄이지 않으면 안 된다"며 "정치권에서도 해결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대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농업진흥지역(일명 절대농지)을 줄여 쌀 생산용 농토 자체를 줄이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식량 자급률이 20%대에 그치기 때문에 식량 안보상 불안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단 급한 대로 가축용으로라도 쌀 재고를 덜어내는 수밖에 없다"며 "국회가 쌀 문제 해결에 협조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