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기내에 의사나 의료지식이 있으신 분 계십니까? 도와주세요?"
2일 오전 7시께(한국시간), 인천발 미국 LA행 아시아나항공기 OZ204편 안. 11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LA국제공항에 착륙할 즈음, 기내방송을 통해 승무원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응급환자가 발생한 것이다.
광주시의 미국 자매도시인 샌안토니오시 건국의 날 참석차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의사 출신 윤장현 광주시장은 위급 상황을 직감하고 "여기요"를 외친 뒤 급히 승무원을 뒤따랐다.
우려했던 상황이 눈 앞에 펼쳐졌다. 60대 베트남 여성이 팔다리를 떨면서 가쁜 호흡을 몰아쉬고 있었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몸은 축 처져 있었다. 한눈에 봐도 상황이 좋지 않았다. 남편은 불안해 발만 동동 굴렀다.
병력을 물었다. 평소 고혈압과 당요 지병이 있었다고 한다. "혈압은 오르고 저혈당 증세를 보인다"고 판단한 윤 시장은 승무원에게 청해 환자를 비즈니스석으로 옮겨 편히 눕힌 뒤 급한 대로 가능한 응급처치를 실시했다.
얼마 후, 환자는 안정을 되찾았고, 탈 없이 목적지에 도착해 병원에서 추가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의사 출신인 윤 시장이 국외 출장 중 응급환자를 돌본 것은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그동안 4명이나 구했다. 이 중 두 번은 시장 재임 기간에 일어났다.
시민시장으로 취임한 이듬해인 2015년 11월 중순, 정율성음악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 장사(長沙)시에 가던 중 비행기 안에서 응급환자를 돌봤다. 맥박 등 환자 상태를 꼼꼼히 살피고 자세 교정과 팔다리를 주무르는 등 응급조치 끝에 이 승객은 5분여만에 의식을 되찾았다.
윤 시장은 이후에도 승객 곁에 머무르며 수분을 섭취토록 하고, 안정적 자세를 취하도록 조치한 뒤 상태가 호전된 것을 확인하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 승객은 의식을 되찾은 후 "윤 시장의 빠른 조치로 회복할 수 있게 됐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앞서 윤 시장은 아시아인권위원회 이사 자격으로 인도를 가던 길에, YMCA 이사장 자격으로 동티모르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도 응급환자를 구한 바 있다.
윤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당시 영상과 사진을 올린 뒤 "무슨 복인지, 인연인지 해외출장 중에만 벌써 4번이나 환자를 돌볼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며 "이제 두 달 후면 '시장님'보다는 '의사 선생님'으로 불릴 터이니 이미 사회복귀 훈련은 국제적으로 시작된 것 같다"는 글을 남겼다.
한 지인은 이에 "시장님은 늘 돕고 봉사하고 베풀고 사셔야 할 운명인 듯 하다"며 "시장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 자유로운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는 댓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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